미움과 갈등 아닌 화합이 노 전 대통령의 소망

장지연 칼럼니스트

노무현 전 대통령 영정

 하루아침에 일어 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은 온 국민들에게 큰 슬픔과 충격을 안겨 주었다. 우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선택한 죽음이라는 두 글자 앞에서 여러 가지를 뒤돌아보게 만들고 있다. 인생의 삶이란 무엇이며 그 삶 속에서 얻어 내는 것은 또 무엇 일까? 살아있는 동안의 여러 가지 과정이나 업적은 묻혀 버리고 돌출된 하나의 내용을 가지고 그것이 살아온 삶의 전체인 양 떠들어 대는 것에 회한을 느낀다는 고인의 심정처럼 세상은 참으로 냉정한 것인가 보다.

고인이 어렵고 괴로울 때 그가 죽음을 생각할 만큼 고통스럽고 힘들어 할 때 침묵하고 있던 대부분 사람들이 그가 세상을 떠나자 마치 그를 신뢰하고 인정해 왔던 것처럼 고인의 생애 모습을 거론 하며 애도의 뜻을 전하고 있다.

고인이 박연차 사건에 연루되어 검찰의 수사를 받으며 죽음을 넘나드는 고통을 맛보고 있을 때 민주당은 4.29보선에서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가 선거에 영향을 끼칠까 전전 긍긍하며 오히려 거리감을 두려고 하지 않았던가? 한나라당 역시 고인과 옛날부터 인연을 맺어 왔다고 하는 사람들 중 단 한사람이라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위로하고 격려의 말 한마디 한 적이 있었던가?

 오히려 당 차원에서 도덕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 온 노무현 정권의 위선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때도 팔짱만 끼고 방관해 오지 않았던가? 이번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가장 중요한 원인을 제공한 검찰 역시 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 난 이후에 황급히 나서 수사과정에서 최선의 예우를 다 했다느니 불구속 기소로 결정을 해 놓고 있었다느니 뒤늦은 해명에 급급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이라고 하는 정치인들 역시 그가 어렵고 힘든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그를 위해 당당히 대변하고 나선 사람이 몇 사람이 되며 최대 팬클럽이라 자처 하던 노사모는 왜 수사기간 동안 침묵만 하고 있었던가? 그런 그들이 지금은 모두 고인이 된 노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문객들

  민주당의 정세균 대표는 상주(喪主)를 자처 하며 빈소를 지키며 당 차원의 ‘상주 론’ 을 주창하고 있다. 한나라당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연일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고 있고 박희태 대표는 호주의 모든 일정을 취소한 체 귀국해 봉화 마을 참배를 계획하고 있다. 노사모는 아예 봉화 마을 입구를 차단시키고 문상객들의 출입을 통제 하고 나서고 있다.

정부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모든 장례 절차를 전직 대통령의 예우에 걸맞게 준비 하라고 지시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봉하마을 분양소를 찾는다는 계획까지 세우고서도 정작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분양소 주변을 전경버스를 동원해 차단시키고 있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물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조치라고는 하지만 국민장으로 치러지는 엄숙하고 경건한 자리에서 사고를 저지를 만한 우리 국민들의 수준은 아니라고 보여 진다. 노사모 역시 봉하마을을 참배하는 정치인들 중 선별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입장은 이해되기는 하나 살아생전 지역 갈등을 해소시키고 화합을 위해 노력해온 고인의 뜻을 헤아린다면 분양소 앞을 막아서는 행위는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지켜보면서 기회에 따라 처신하는 이 사회가 가지고 있는 이중적 기준의 잣대에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남을 탓하기 전 자신을 되돌아보고 남의 허물을 ‘왜 그래야 했을까’? 라는 의미를 두고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상대방이 받는 상처의 고통은 더 한층 줄어 들 것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일로 기록될 이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비극으로만 끝나지 않고 전 국민이 화해하고 용서하는 화합의 계기가 된다면 하늘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도 가장 기뻐할 것이다.

▣ 장지연 칼럼니스트 [실화소설 ‘교도소담장위를 걷는 男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