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 총장선출, 투명하게 진행해야
                후보추천과 선거 같은 날...'후보자는 누구? '이사장만 안다?'

 제5대 총신대 총장선출을 위한 운영이사회 회의가 822일 열린다

 
리모델링한 총신대학교 신관 강의동 

총장선출을 위한 이사회를 일주일도 채 남겨두지 않았는데, 자천 타천으로 거론되는 인물이 거의 없다. 겨우 거론되는 인물은 지난 제4대 총장선거에 나섰던 H교수, K교수, K목사 정도다. 이들 중 H교수 정도만 비공식적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총장을 선출하는 당일 오전에 후보를 추천하고, 오후에 선출을 위한 투표를 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총장추천위원회는 재단이사 15명과 운영이사 임원 3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당일 후보추천과 후보선출을 하려는 것은 금권선거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그렇게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는 총장추천위원 전원의 생각이라기보다는 총신대 재단이사장으로 제98회 목사부총회장에 출마한 김영우 목사의 입장이 확고하다는 것이다.

자칫 총장 선거 과정에서 금품수수 논란이 생기면 자신의 부총회장 선거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제4대 총장선거 과정에서의 논란과 후유증이 극심했다는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런 이유를 들이댄다고 할지라도 한국 최대 교단의 직영신학교 총장을 선출하는 데 금권선거를 미리 차단하기 위해 밀실에서 후보를 추천한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금권선거를 차단할 특단의 대책을 세우면 된다.

기독교대한성결교총회 직영신학교인 서울신대의 경우 재단이사회에서 선출을 하는데, 이 학교 교수는 누구든 후보로 출마할 수 있다. 재단이사 숫자가 10여명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금권선거 시비에 휘말릴 수 있는 소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공개적으로 금권선거 문제를 제기한 후보가 없었다. 예장통합총회 직영신학교인 장로신학대학교 총장 선출도 재단이사회에서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잡음이 없다. 이 학교 교수 중에서 선출해 왔기 때문이다.

총신대 총장을 선출하는 데 있어서 후보 등록도 받지 않고, 더욱이 후보자 자격 검증도 하지 않고, 선거 당일에 후보자를 추천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이야기다. 총신대 교수들은 물론 교단 안팎에서 총신대 총장선거에 나서고 싶은 인사들의 의사표시를 할 통로가 없다.

그러다보니 총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들은 각자가 총장후보가 될만한 인물들을 생각하고 있는 정도다. 그것도 상당수의 추천위원들은 재단이사장 김영우 목사가 고려하고 있는 총장후보가 누구인지에 관심을 갖고, 김 목사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총장후보 이야기를 물어보려면 극도로 말을 삼가는 분위기이다.

만일 이런 식으로 후보를 추천하고 선출을 강행한다면 총장선출 과정에 있어서 총신 구성원, 특히 교수들의 입장은 전혀 반영될 수 없다. 교수들 안에서는 우리를 졸()로 보나?”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총장은 학내 구성원 중 학생이나 직원들의 존경과 신뢰도 받아야 하겠지만, 교수들의 존경과 신뢰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학교를 제대로 이끌어갈 수 없다. 따라서 지금이라고 총신 교수들 중에 총장선거에 나설 의사가 있는 사람들의 출마를 허용해야 한다. 교수들보다 학교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이제라도 제5대 총장후보의 자격과 자질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그 기준에 따라 후보 예정자들로부터 서류를 받고, 검증 과정을 거쳐 후보자를 확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을 대상으로 운영이사회에서 총장을 선출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소통과 투명을 강조하는 시대 아닌가. 그럼에도 금권선거 시비를 미연에 차단한다는 목적으로 밀실 추천은 어울리지 않는다.

최근 교단 소식을 보도하고 있는 한 신문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총신대 총장 후보 자질을 제시했다. 행정력과 추진력, 전국 교회가 신뢰할 수 있는 도덕성과 인격, 개혁주의신학, 국제적 감각, 목회자 후보생과 지도자를 양성할 수 있는 목회적 역량, 총신대를 국제적 대학으로 키울 수 있는 역량, 내부 구성원을 단결시킬 수 있는 리더십 등을 들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만한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더욱이 공식적인, 공개적인 후보 지원 절차를 없애다보니 이런 자질을 갖춘 후보가 지원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더욱이 좋은 인물을 추천하고 싶어도 추천 방법이 없다. 15명의 총장후보추천위원이 이런 자질을 갖춘 인물을 찾는 것도 한계다. 특히 재단이사장이나 총장후보추천위원들과 관계가 멀다면, 정치적 계파가 다르다면 아무리 훌륭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후보로 추천을 받을 수 없다.

그 가운데는 대구 동신교회 권성수 목사가 대표적인 예이다. 권 목사는 총신대 신대원 원장을 역임하고 대구 동신교회에서 목회사역도 잘 하고 있다. 개혁주의신학자로서의 탁월함과 개혁성, 목회적 역량, 교계에서의 인지도와 국제적 인맥과 감각으로 볼 때 현재 총신대가 직면한 상황에서 최적임자라고 할 수 있다. 권 목사가 같은 인물이 후보로 추천되는지 지켜볼 일이다.

총장후보추천위원회 한 위원은 아마도 이미 검증된 인물을 추천하지 않겠는가.”라며 타 신학교 총장을 지낸 인사를 포함한 교단에 신학자와 목회자 몇 사람을 거론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금권선거 차단보다 공개적으로 후보자 지원을 받아 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검증작업을 거쳐 복수의 후보자를 추천한 후에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