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글   천헌옥 목사

양심을 파는 사람



봄이 되었습니다.
작년엔 아름다운 꽃들이 피던 화단은 텅 비어버렸습니다.
차들이 다니는 길가라 누군가 손쉽게 화단의 꽃나무를 가져간 모양입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주인은 이런 글귀를 써붙였습니다.
"혼자 100년을 살겠다면
화단의 모든 것을 훔쳐 가세요
"양심을 파는 사람"

한참이나 글귀 앞에 서 있었습니다.
욕설을 퍼붓지 않고 점잖이 쓴 그 화단 임자의 고운 마음을 읽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아주 깊이 있게 양심을 나무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가 화단에 꽃들이 피었으면 혼자가 아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거웠을 것입니다.
그런데 꽃을 훔쳐간 사람의 집에 핀 꽃을 보는 그는 혼자 즐거웠을까요?

그가 다닌 길이니 아마 그도 이 글을 읽었을 것입니다.
이 글을 읽고 돌아가 그 꽃을 본다면 그는 꽃 앞에 던져버린 양심이
오히려 괴로웠을 것입니다.
"양심을 파는 사람"

화단의 주인은 꽃을 가져간 사람의 양심을 되돌려 놓고 싶어했던 모양입니다.
"양심을 잃은 사람"이라고 썼으면 훔친 사람을 나무라는 말이겠지만
 
양심을 파는 사람이라고 했으니 꽃을 가져간 대신 화단에 놓고간
양심을 다시
사가기를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을 훔쳐도 훔치는 것은 나쁜 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