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못보지만 세상의 빛으로…

시각장애인 목회자들이 일반인도 힘든 대형 교단의 노회장에 잇따라 당선됐다. 화제의 주인공은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 남서울노회 조완제(52·복천교회) 목사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서울노회 김선태(66·실로암안과병원장) 목사다.
김 목사는 지난 8월에 아시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한 인물. 지난 25∼26일 서울 신문로 새문안교회에서 열린 173회 가을 노회에서 앞으로 1년간 서울노회를 이끌 수장으로 선출됐다. 서울노회에는 107개 교회, 20여개의 선교단체가 있으며 영락교회와 새문안교회 등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대형 교회와 500여명의 목회자들이 소속돼 있다.
김 목사의 삶은 한편의 드라마다. 6·25 때 폭탄 파편에 맞아 실명한 그는 숭실대와 장신대, 미국 시카고 매코믹 신학대학원에서 수학한 후 한평생을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삶을 살아왔다. 시각장애인 1만5000여명에게 개안수술을 실시해 빛을 찾아주었고, 시각장애 대학생과 신학생 900여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김 목사는 이런 업적을 인정받아 1985년 대통령 표창과 1998년 호암재단으로부터 호암사회 봉사상을 수상했다.
김 목사는 "장애인을 편향적으로 보지 않는 목회자와 장로님들이 고맙다"며 "겸손한 마음으로 노회의 심부름꾼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 목사는 지난 16일 서울 남현동 우림교회에서 열린 정기 노회에서 60교회 목회자와 장로 대의원 144명을 대표하는 노회장에 선출됐다. 휴전선 인근인 경기도 연천에 살던 조 목사는 11살 때 지뢰를 줍다가 터지는 바람에 시력을 잃고 오른손마저 절단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불굴의 의지로 노력한 끝에 서울 청파동 대한신학교와 대신연구원을 졸업했고 꿈에 그리던 목회자의 길로 들어섰다.
서울 방배동에서 시각장애인과 자원봉사자 200여명과 함께 복천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조 목사는 "올해 유독 노회 행사가 많아 시각장애인 노회장으로서 부족함이 많았는데 다른 목회자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줘 잘 감당할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