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달 그린비젼코리아 컨퍼런스 중앙회장
상황인식에 둔감한 정치권
산골 벽지마을에서도 TV와 라디오를 시청할 수 있다. 달리는 차 속에서도 시청이 가능하다. 마우스 클릭 한 번이면 지구촌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다. 휴대폰 한 통 화면 국적에 관계없이 그 누구와도 소통이 되는 시대다.
 참 대단하고 근사한 세상이다. 그런데 아직도 두툼한 담요에 둘러싸인 난시청지역(Blanket Area)이 존재한다. 대한민국 여의도동 1번지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이다.

미국 발 금융위기로 주가와 환율이 연일 널뛰기를 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 서민들이 토해내는 긴 한숨소리에 땅이 꺼질 지경이다. 부도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고개 숙인 실업자와 어깨처진 새내기 구직자들의 군상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썩어 문드러져가는 사회적 가치기준에 절망한 젊은이들이 극단을 택하고 있다. 무역개방 압력이 거세지고 있고 북한은 장거리 로켓으로 한반도와 동북아를 긴장시키고 있다.

국내외 사정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상황인식에 둔감하다. 힘겨워 하는 국민들의 몸짓과 아우성이 모니터에 잡히질 않는 모양이다. 광우병 촛불시위에 휘말려 허둥대다 두 달 만에 문을 열더니 기껏 한다는 짓거리가 싸움질이었다.

전기톱과 오함마로 민의의 전당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비롯한 민생법안 등은 잠재워 놓고 이젠 보궐선거에 올인 하고 있다. 북한이 정체불명의 로켓을 가지고 위협해도 여.야가 합의한 대북 메시지 한 줄 없었다.

D.K(Don't Know)층 증가의 의미

최근 여론조사결과에 의하면 정치권에 대한 민심이반은 심각한 수준이다. 각 정당의 지지도를 합해서 평균치를 내보면 20%대를 밑돌고 있다. 적어도 국민 60 ~ 70 %는 현 정치권에 대해서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이라는 방증이다.

“모르겠다(Don't know)"라는 응답은 국민이 열을 받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매사가 열을 받으면 터지게 마련이다. 이렇게 성난 민심에 불이 당겨질 때 대폭발은 명약관화하다. 이 빅뱅의 도화선은 바로 소통부재이다. 여.야 간, 당.정 간 국민과의 소통부재가 큰 화를 부를 것이다. 민주, 민노당의 고화질 된 어깃장 행태도 문제지만 특히 집권 여당인 한나 라당 내의 문제는 심히 걱정스럽다. 親李. 親朴 계간의 불통과 갈등이다. “대화와 타협정신을 살려 큰 틀의 정치를 하자”는 조언마저도 원론적 언급이라느니, 인기 영합적이라 느니, 차기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느니 사정없이 꼬집고 비틀어 대고 있다.

정치에 있어서 원칙은 백 번을 강조해도 부족하다. 기본적이고 원론적인 것도 지키지 못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열을 받는 것이다. 박근혜를 비롯한 親朴계를 패자로 보는 것은 착각이다. 한나라당의 자산이요 건전한 당내 비판세력이다. 지금은 잠재적 패자일 뿐이다. 진정성을 가지고 패자를 승자처럼 대해야 한다. 너른 가슴으로 포용해서 함께 가야한다. 밴댕이 소갈딱지 같은 발상의 전환 없이는 소통은 고사하고 당내 화합도 없다. 승자의 오만(傲慢)을 버리라는 것이다.

국민과의 소통이 MB정부의 성공

2% 부족하지만 의원들과는 달리 이제 이명박 대통령의 자세가 좀 나오는 것 같다. 경제위기와 대북상황에 대처하는 발 빠른 외교적 노력과 수완이 긍정 적인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자생적 보수 대연합의 징후도 보인다. 그러나, 소통문제는 아직도 회의적이다. 국가 정책컨트롤타워인 청와대마저도 여론불통의 난시청지대라면 곤란하다. 공중여론(公衆與論)이 흠뻑 스며든 정책추진이야말로 MB정부 성공의 관건이다. 정체 극심한 명박산성이 아닌 소통 원활한 청와대가 되어야 한다.

입법 전쟁으로 정국이 혼란할 때 정 정 길 대통령실장은 [불신][불만][불안]의 3불(三不)시대를 사는 것 같다고 토로한 바 있다. 삼불을 극복해야만 미래가 있다는 메시지였다. 명쾌한 진단이다. 3불의 끝은 모두의 불행이다.

이 3불을 제압하는 것은 소통이다. 국회와 청와대는 의원들과 대통령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모쪼록 정치권은 견문각지(見聞覺知)의 안테나를 곧추세우고 여론의 난시청을 해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