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투 하쿠나 마타타, '우리는 다 괜찮아요' 
 


쓰레기더미에서 건저올린 천사들, 캐냐 지라니 합창단

성탄의 복된 날, 스와힐리어로 ‘좋은 이웃’이라는 뜻을 가진 지라니 합창단을 만나 그들의 공연을 보는 것은 또 하나의 축복이었다. 불꺼진 무대로 촛불을 든 합창단이 등장한다. 그들의 첫곡은 "예투 하쿠나 마타타" 우리는 다 괜찮아요이다. 어두움과 같은 그들의 현실속에서도 주님을 만났기에 이제 괜찮다고 노래하게 된 것은 한국에서 캐냐로 건너간 목사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는 임태종 목사였다.

 어느날 케냐 나이로비 고로고초 쓰레기장을 지나다 쓰레기더미를 파헤치며 음식을 찾는 한 아이를 본 그는 망연자실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2005년 1월 쓰레기더미에 버려져 음식을 찾아 뒤지고 있는 아이를 본 충격은 너무나 컸습니다. 무언가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라는 하나님의 압박이 저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아 걸음을 옮길 수가 없었습니다.”



이 일을 가슴에 품고 귀국한 임목사는 눈만 감으면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라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고 “저 아이들이 희망을 노래한다면, 스스로 인간의 존엄성과 존귀함을 노래할 수 있다면, 스스로 인간의 가능성과 가치를 회복하고 그것을 노래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노래가 모든 이의 가슴에 울려 퍼질 수 있다면…” 그의 기도는 그렇게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게 되었다. "그렇다면 주님! 협력자를 주십시오" 하고 부르짖었다.

하나님은 이미 예비해 놓고 계셨던지 울산에서 씨티종합건설을 운영하는 최찬웅 회장과 아미치 솔리스트 앙상블의 김재창 대표를 만나게 하셨다. 그리고 임태종 목사와 김재창 대표는 케냐 고로고초 마을로 떠나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합창단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음악공부를 해보지 못한 도레미도 모르는 아이들이었다. 그냥 목소리의 울림이 있는 아이들 83명을 뽑았다.

그리고 올네이션스 교회에서 교육관처럼 사용했던 장소를 빌렸다. 양철로 지은 건물은 출입문이 뒤쪽에 있고, 공기가 통할 창문도 없는 창고 건물이었다. 그러나 그게 어디랴. 배선 및 전기 공사, 목공, 철문 설치, 교단 제작, 사무 집기 구입 등, 어느 정도 연습실의 구색을 맞췄다. 여기에 케냐에서는 그래도 좋다는 편에 속하는 50년 된 중고 피아노까지 구입하고 연습을 시작했다.

매일 두세 시간씩 연습을 하는데 아이들이 너무 지쳐있어 만다지(크림이나 설탕을 넣지 않고 밀가루 반죽을 튀겨 만든 삼각형 모양의 도넛) 같은 간식을 제공했다. 어떤 아이는 먹지 않고 울고 있어 물었더니 집에서 굶고 있는 동생이 생각나 차마 먹을 수가 없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무더위와 싸우면서 3개월간의 연습을 끝내고 마침내 지라니 합창단은 2006년 11월 16일 창단 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한 달 후 그들은 나이로비 국립극장에 서게 되었고 케냐 문화부장관, 나이로비 주재 한국 대사 외에 약 400여명의 관객들은 함께 박수를 치며 어깨를 들썩이며 화답하다가 노래가 끝나자 일제히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다. 비로소 그들의 실력을 인정받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2007년 2월에는 나이로비 교회연합 성가제에 참가하게 되고, 같은 해 4월 케냐 주재 네덜란드 대사관 초청 ‘왕의 날’ 기념공연, 6월1일에는 케냐 대통령궁에서 케냐 정부 수립기념일 초청공연 등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해 11월부터 다음해인 2008년 1월까지는 제1회 내한공연을 개최했고 5~8월에는 미국 예일대학교 바텔 채플을 비롯해 뉴욕 순복음교회, 맨해튼 프라미스 극장, 세계 한인선교대회 등 총 35회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기도 했다. 특히 바텔 채플에서는 에어컨이 돌지 않는 상황에서 작은 부채로 땀을 식히며 아이들의 노래소리에 귀를 기우렸고 우뢰같은 박수는 그들의 실력을 인정한다는 응답이었다.

지라니 합창단의 성공으로 고로고초 아이들, 그리고 주민들, 캐냐의 국민들에게 자긍심과 복음을 함께 가지게 하는 놀라운 기폭제가 되었다. 그것은 2008년 8월에 열린 나이로비 국립극장에서 개최된 제1회 한국·케냐 국제 친선음악회가 증명하고 있다. 지라니 어린이합창단은 지난 11월에 들어와 내년 1월까지 20여회의 공연을 펼칠 예정으로 있다. 지난 11월 30일에는 부산환희교회, 12월 10-13일 까지 울산시민교회, 고신대학교, 울산교회에서도 공연을 가졌다.

한국인 목사로부터 구출 받은 그들은 그래서 한국을 무척이나 사랑하고 아리랑, 도라지도 한국인 못지않게 즐겨 부르며 꿈을 키워가고 있다. 평생 거지가 되거나 도둑이 되어 희망 없이 살다 언제 죽을지 모르던 아이들은 이제는 의사가 되고 파일럿이 되고 싶다는 꿈을 당당히 말하고 있다. 그들의 가슴에 예수님이 살아 계셔 희망과 소망 가운데 새로운 생명의 길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 공연을 마치고 성도들이 함께 나와 그들의 손을 잡고 기도하며 축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