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2008 성탄절 메시지 
 
  이천년 전 유대인들은 로마의 압제로부터 민족을 해방해 줄 투사로, 혹은 헤롯을 대신해 이스라엘을 이끌 정치 지도자로서의 메시아를 고대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연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온 인류의 죄를 대신 짊어지실 구세주로 이 땅에 오셨습니다. 왕의 탄생을 알리는 환호성이나 신하들의 화려한 하례대신 그분은 조용하고 겸손한 베들레헴 시골의 한 마구간에 강림하셨고, 먼 동방의 박사와 들판에서 잠자던 목자들만이 지켜봤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 고요한 탄생은 죄와 죽음으로 신음하던 세상을 평화로 휩싸 안으시는 하나님의 구원역사의 서곡이었으며, 그 탄생으로 죽음이 지배하던 온 우주에는 생명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일생을 겸손하게 자기를 비우신 구세주의 삶은 물질과 권세 그리고 쾌락을 추구하는 욕망으로 소란스러운 이 땅 위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가르칩니다. 비상식이 부당하게 통용되고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지지 않으려는 그릇된 풍조 속에서 혹자는 물리적인 힘과 능력으로 혹은 권세로 바로잡고자 노력합니다. 혹자는 학문의 탐구와 윤리의 정립으로 이를 극복하려 합니다. 그러나 세상의 방법은 결코 이 땅을 변화시키지 못하며 오히려 주위를 피폐하게 할 뿐입니다. 오히려 세상을 바꾸는 것은 겸손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주인으로 고백하며 낮은 자리를 자처하는 ‘비움과 섬김’입니다. 보잘것없어 보였던 베들레헴의 구유처럼 소외된 이웃과 상처받은 영혼을 향한 사랑은 온 세상을 바꾸는 하나님 능력의 통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성탄을 맞아 우리들은 구원을 이루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동시에 어려워진 경제상황으로 늘어나는 빈곤층과 노숙자들 그리고 사회적 무관심 가운데 고통 받고 부당하게 억눌린 이웃들을 향해 나눔과 배려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고아와 과부를 가장 먼저 배려했던 초대교회의 성도들처럼 교회가 먼저 낮은 자리로 내려와 도움이 필요한 이들과 마음을 함께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성탄은 우리 모두가 소중한 존재임을 그리고 가치 있는 인생임을 깨닫고 염려와 두려움을 극복하는 날이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화려한 왕궁대신 소박한 구유에 누우셨던 예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성탄의 정신입니다. 배려와 나눔의 실천을 통해 기쁨과 감사를 모두가 누리는 넉넉한 성탄절이 되기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2008년 성탄절에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엄신형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