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목사님 사진 넣지 마세요”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지만 한국교회 목사님들에게 있어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남기려는 명예심은 그 도를 넘고 있다.

주보 첫 장에 담임목사의 사진을 넣기도 하고, 교회의 거의 모든 유인물에 담임목사의 사진이 빠지는 법이 없다. 또한 각종 기독교신문에 광고를 보면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광고자체가 인물앨범이다. 이러한 광고 형태는 불교계나 가톨릭 신문의 광고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 대신 간단한 행사개요와 참신한 디자인으로 꾸며진 광고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의 광고와 비교하기가 부끄럽다.

사진과 관련, 주최측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 목회자들의 생각이 시급하게 교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행사를 주최하는 목회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은 사진이 들어가지 않으면 함께 내기로한 광고비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단체를 탈퇴하겠다고 말하는 목회자들이 많아 사진을 모두 넣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인가 분명 잘못되었다. 부흥사 단체에서는 이와 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그러나 성직자로 산다는 것은 목회자들이 설교한대로 이미 자신을 주님께 의탁하고 사는 삶 이어야 마땅하다.

자신을 나타내기보다는 묵묵히 희생을 통해 목회자의 삶을 보여 주었던 선배 목회자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이어받을 수는 없는 것인가?

 

박병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