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고인 자장면을 아십니까? 
 


 ▲ 중국동포들이 온정의 자장면을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들과 나누는 온정의 자장면... 주일마다 700~800명에게 제공

 주일이 되면 설움의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 있습니다. 서울 구로구 가리봉1동에 위치한 사단법인 지구촌 사랑나눔(대표 김해성 목사)이 바로 그 곳입니다.

중국동포교회에서 예배드리기 위해 온 동포,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에서 무료진료 및 치료를 받기 위해 온 이주노동자, 산업재해와 임금체불 등을 상담하기 위해 온 내담자, 쉼터와 병원에서 숙식하는 이들을 비롯해 이들을 돕는 자원봉사자들로 북새통을 이룹니다.
 

▲ 중풍병자인 정성환씨가 부자유스러운 손으로 자장면을 먹고 있습니다.

의지가지 할 곳 없는 이들에게 이곳은 매우 긴요한 피난처입니다. 건설현장 일꾼으로, 식당아줌마로, 가정부로, 간병인으로 일하다 피난처를 찾아온 이들은 갖가지 억울한 사연을 털어놓으며 도움을 청하고 병든 몸을 치료받기도 합니다. 중국동포교회는 이들을 위로하며 눈물을 닦아줍니다. 어두운 세상에서 방황하지 말고 기쁨의 나라를 소망하는 삶으로 변화되기를 기도합니다.

우리도 한 때는 서글픈 이주민이었습니다. 상경(上京)의 물결이 넘실대던 60~70년대, 가난한 고향을 떠나 낮 설고 물 설은 타관 땅에서 사는 일이 얼마나 서글픈지….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호주머니를 뒤지지만 빈털터리 처지. 그 시절 상경한 이주민들이 설움으로 비벼먹던 음식이 바로 눈물의 자장면이었습니다.

낮선 땅에서 겪는 설움 중에서 가장 큰 설움은 배고픔입니다. 끼니 걱정 때문에 눈물 흘려본 사람은 설움의 짜디 짠 그 맛을 잘 알 것입니다. 주일이면 설움으로 얼룩진 이주노동자 700~800여명이 모여듭니다. 이들에게 따스한 식사를 대접하고 싶지만 이 많은 분들을 대접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구상에는 곡물이 넘쳐납니다. 하지만 굶는 이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생명을 살리는데 사용되지 않는 곡물은 식량이 아니라 무기입니다. 무기로 변질된 식량이 인류를 아사지경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반면 눈물을 닦아주는 생명의 식량이 있습니다. 중국음식점 '상하이궁'(대표 최한수 장로)이 바로 생명의 곳간입니다.

상하이궁은 지난 4월부터 매 주일마다 자장면을 무료로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중풍병자인 정성환씨는 부자유스러운 손으로 자장면을 먹고, 목단강에서 온 팔순의 계원식 할아버지와 환갑을 넘긴 연변 아주머니는 주름진 손으로 자장면을 먹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눈물을 닦다 그렁그렁한 눈물이 되어버린 예수님도 면발 하나 남기지 않고 아주 맛있게 먹습니다.

어느 곳에서도 대접받지 못한 이들이 자장면 한 그릇에 눈물을 짓습니다. 한 그릇을 잘 비우고 포만의 웃음을 짓는 그들의 입가에 거뭇한 자장 자욱이 묻어 있습니다. 초라한 식탁에 차려진 이 자장면이야 말로 진정한 성찬(聖餐)입니다. 우악스럽고 때절은 이들에게 축사하시는 예수님께서는 '온정이 그대들을 감싸고 있으니 야멸찬 냉대와 차별에도 쓰러지 말라'고 위로하십니다.

단절된 기적(奇跡)은 신화 혹은 전설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기적은 현재와 미래에도 계속되어야 합니다. 700~800명의 이주민들이 온정의 자장면으로 허기를 채우는 가리봉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