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총격·수류탄 투척… ‘인도 뭄바이’ 마비

 
 
 호텔·역 등 공공장소 동시다발 공격..테러범, 영국·미국인 표적
인도 경제수도 뭄바이에서 26일 밤(현지시간) 발생한 연쇄 테러 공격으로 최소 4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특히 인질극이 이어지면서 뭄바이의 공포는 계속되고 있다. 충격에 빠진 뭄바이 시당국이 27일을 공식 휴일로 지정함에 따라 학교는 휴교하고, 주식시장이 휴장하는 등 인도 경제 중심지는 한순간에 마비됐다.

◇ 한밤의 공격, 그리고 인질극 = 인도 현지 IANS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연쇄 테러 공격은 26일 밤 10시30분 전후에 시작됐다. 자신들을 ‘데칸 무자헤딘’이라고 주장하는 테러범들은 바다에서 보트를 이용해 도심 공격 목표에 접근했다. 공격 목표는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묵는 타지마할 팰리스 앤드 타워 호텔과 오베로이 호텔과 차하트라파티 시바지 기차역, 레오폴드 카페, 카마 앤드 알블레스 병원 등으로 모두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장소였다.

자동소총과 슈류탄으로 무장한 이들 가운데 한 무리는 차하트라파티 기차역에 난입, 무차별적으로 총격을 가하고 슈류탄을 투척해 최소 10명이 사망했다. 타지마할 호텔에서는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꼭대기층에서 불길이 치솟았으며, 검은 연기가 27일 아침까지 피어올랐다. 레오폴드 카페의 벽은 총탄 자국이 새겨졌다. 이 밖에 택시 두 대에서 폭발이 일어나 최소한 3명이 숨졌으며, 주유소 등지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이번 테러는 인도에서 발생한 과거 테러와 달리 잘 계획되고 대범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인도 경찰간부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사건이 나자 인도 당국은 수도 뉴델리에 있는 국가보안군(NSG) 소속 특공대원 200명을 비롯한 인도군을 현장에 투입했다.

◇ 영국인과 미국인이 인질 목표 =인질극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타지마할 호텔과 오베로이 호텔, 유대인 센터가 있는 나리만 하우스 등 3곳이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테러범들은 투숙객 가운데 미국·영국인들을 목표로 삼았다. 오베로이 호텔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영국인 알렉스 챔벌레인은 스카이뉴스TV에 테러범들이 30~40명의 손님을 복도로 내몰면서 영국과 미국 여권 소지자를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인질 가운데 한 명이 이탈리아인이라고 하자 내버려뒀다고 전했다. 타지마할 호텔에서 인질로 잡혔다가 탈출한 영국인 사업가 라케시 파텔은 2명의 어린 테러범이 자동소총으로 위협, 15명의 손님을 호텔 옥상으로 데리고 가면서 영국인과 미국인을 찾았다고 말했다. AFP통신은 오베로이 호텔에서는 최소한 2명 이상의 테러범이 10명 이하의 인질을 억류하고 있으며, 타지마할 호텔에서는 이보다 많은 인질이 붙잡혀 있다고 전했다. AFP통신은 인도 유대인 협회 조나단 솔로몬 의장의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 랍비 가족이 나리만 하우스에 인질로 잡혀 있다고 보도했다.

◇ 인도 대테러부대 간부 등 사망 =100여명의 사망자 가운데는 인도 대테러부대장을 비롯한 경찰간부들도 대거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신문 힌두는 힌두 과격분자의 소행으로 알려진 말하다시트라 폭탄테러 사건을 조사한 인도 대테러부대(ATS) 부대장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나머지 사망자 4명도 지역 경찰국장을 포함해 모두 범죄소탕으로 유명한 경찰 간부들이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