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나라당이 ‘백년정당’이 되기를 바라면서 

 구기차 논객

요즘 한나라당 안팎에 낮엔 친이계로 행세하다 밤이 되면 친박계로 돌아선다는 신조어인 ‘주이야박(晝李夜朴)’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즉 양다리를 걸친다는 해석도 되며 이러한 의원이 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박근혜 전 대표의 당내 입지가 커졌음을 의미한다.

  “요즘 한나라당 의원들 중에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시간을 잡을 수 없어 줄을 설 정도이다. 그러나 나는 박 전 대표가 먼저 직접 찍어서 만나자고 측근을 통해 연락이 왔다”고 친이계 한 의원은 자랑삼아 얘기 한다.

  이 의원은 박 전 대표를 독대하고 난후엔 자신이 독실한 친이계로 분류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점점 커져가는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은 이명박 대통령의 개각 구상에도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대통령이 친박계 의원들을 내각에 중용하려 해도 당사자들이 고사하는 일이 많아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당 안팎에서는 연말연초 개각설에 따라 최경환 의원을 포함한 일부 친박계 의원이 청와대로부터 입각 제의를 받았지만 최 의원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여타 친박계 의원은 절대 입각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11월11일 연말연초 개각설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힌 것도 이러한 친박계 분위기를 간파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본다.

  요즘 친이계 소모임들은 친박계 소모임들과 같은 날 조찬모임을 열고 ‘주이야박’하면서 양다리 걸치는 의원들을 방지하기 위해 작전을 펼치고 있다.

  그래서 친이계 한 의원은 “다른 의원들보다 일찍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뜨거나, 식사 도중 뒤늦게 자리에 끼어드는 이른바 ‘두 탕 뛰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박 전 대표가 현 정부 출범 9개월 만에 이 대통령 못지않은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어느 땐 과감한 발언으로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어느 땐 침묵으로 일관함으로서 전투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특공대처럼 모두 그의 입을 주시하고 있다.

  내년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해 의원들이 계파를 초월해 줄을 서는 것도 다 그런 맥락에서이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대운하에 대해 반대 의견을 피력해왔다. 결국 다시 꿈틀거리고 있는 이 대통령의 한반도 대운하 구상도 박 전 대표의 결정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당분간 이명박 정부는 이래저래 박 전 대표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정치를 하려면 사심을 버려야 한다는 박 전 대표의 뜻이 과연 약이 될지 독이 될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

  끝으로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는 국정운영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바라고,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 계파정치를 없애고 한데 뭉쳐 정치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진정한 의회 민주주의정치를 하길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