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3일 연속 즉석공연… 팁 쏟아져 받은 대로 교회 십일조 
 
 사선을 넘어서...북한 1호 공훈배우 주순영선교사
[3화] 3일 연속 즉석공연… 팁 쏟아져 받은 대로 교회 십일조

중국 출장 둘째날, 일어나자마자 ‘십일조’라는 말이 뇌리에서 맴돌았다. 현지 안내원을 찾아 십자가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달라고 했다. 택시를 불러 타고 교회로 안내되어 갔다. 문을 힘차게 두드렸다. 한참만에 나이 든 중국동포 아저씨가 문을 열고 빼꼼히 얼굴을 내밀었다.

“빨리 문 좀 열어주시라요. 십일조 바치러 왔습네다.”

“북조선 사람 같은데, 거기 사람도 십일조를 함까?”

“그딴 건 물을 것 없구, 빨리 하나님 있는 곳으로 데려다 주시라요.”

건물 안은 컴컴해 잘 보이지 않았다. 아저씨는 헌금함을 가리키며 그곳에 넣고 그냥 가란다. 나는 하나님께 직접 바치고 가겠다며 우겼다. 아저씨와 한동안 승강이를 벌이다가 오래 지체할 수 없어 헌금함에 준비해온 돈을 넣고는 전날 식당에서 한국 손님들이 일러준 대로 기도를 하고 돌아섰다.

밖으로 나와서 아무래도 마음이 안 놓였다. “하나님, 저 아저씨가 수상하니 얼른 챙기세요.” 별도로 기도까지 하고 힘들게 발길을 돌렸다. 낮 동안 중국 무역상들을 만나 면담을 잘 하고 저녁 무렵 숙소로 들어갔다.

“아이고, 선생님을 계속 기다렸습니다. 오늘도 노래 몇 곡만 불러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호텔 식당 여주인은 내가 나타나자 반색을 했다.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었다. 전날 난생 처음 생화 다발에 거금을 받았던 터라 내색을 하지 않았을 뿐, 나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여성은 꽃이라네’ ‘도시처녀 시집와요’ ‘심장에 남는 사람’ 등을 불렀다. 소문이 났는지 식당은 만원이었다.

방으로 돌아와 팁으로 받은 돈을 세어보니 4800위안이었다. 첫날의 거의 배였다. 십일조를 바치면 하나님이 배로 부풀려준다는 말이 적중했다. 십일조를 하기 위해 500위안을 따로 떼어놓았다. 다음날도 날이 새자마자 교회로 달려갔다. 한번 재미를 본 나는 더욱 욕심이 생겼다.

“하나님, 배로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내일이면 출장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 돈을 10배, 아니 100배로 부풀려 주십시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또 다시 적중했다. 그날 저녁에는 손님들이 예비 좌석에다가 문밖에까지 진을 쳤다. 너도 나도 뒤질세라 팁을 주었다. 무려 3만6000위안이라는 거금이었다. 당시 중국에서 방 3개에 화장실 2개 딸린 고급 아파트를 두 채나 살 수 있는 큰돈이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3600위안을 들고 바로 교회로 갔다.

“내 기도를 들어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오늘은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이 돈을 받으시고 다음번엔 세 달 출장을 오게 해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꿈같은 중국 출장을 마치고 고향땅을 향했다. 그런데 중국 세관에서 검사를 받는 도중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선생님, 빨리 피하시라요. 지금 북조선 쪽 세관에 보위부 체포조가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슴다.”

누군가가 전해주는 귓속말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내가 남조선 안기부와 접촉해서 국가기밀을 넘겨주었다는 것이다. 빨리 그 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땅히 갈 곳이 없어 달려간 곳이 교회였다. 십자가 앞에서 목놓아 울었다. 사흘이 아니라 석 달 출장 오게 해달라던 나의 기도마저 들어주셔서 아예 석 달이 아닌 영원한 출장길이 되게 해버린 하나님을 원망하면서. 다시 가족을 만날 수 없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터지는 것 같았다. “여호와여 내 뼈가 떨리오니 나를 고치소서”라는 다윗의 고백 그대로 뼈가 떨리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