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비우고 낮아져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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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비워야 하겠습니까 / 얼마나 낮아져야 하겠습니까 / 얼마나 가슴 저려야 하겠습니까 / 아무리 눈물을 흘려도 캄캄하기만 한 밤 / 언제쯤 그 별빛을 비추어 주시겠습니까 / 평강의 왕으로 오셨던 아기 예수여 / 증오와 분노가 가득한 어두운 이 세상에 / 다시 맨살의 아기 예수로 오셔야 하겠나이다... (중략) 상처와 아픔, 분노와 증오가 가시지 않는 / 조국 대한민국에 하늘의 별을 들고 오시옵소서 / 벌거벗은 사람들의 영혼을 위하여 / 따스한 화해의 등불을 켜고 오시옵소서...”

 

이는 제가 국회 성탄트리 점등식에서 낭송한 시의 일부분입니다. 점등식에 앞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성탄감사예배가 있었습니다. 제가 거기서 성탄절, 대화해의 절기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하였습니다. “우리나라만큼 평화와 화해가 절실한 사회가 어디 있겠습니까? 여야가 대화하고 협치를 해야 하는데 오히려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극한 갈등과 대치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여야 크리스천 의원들은 정쟁을 하다가도 예배실에서 기도하다 만나면 손을 잡고 함께 극한 대립의 문제를 놓고 기도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몇 사람이 극적 대화와 화합, 협치의 길을 만들어낸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우리 국회조찬기도회도 그래야 합니다. 기독 의원들이 하나 되어 예수님의 화해와 화목의 정신을 펼쳤으면 좋겠습니다.”

 

김진표 국회의장님도 이런 축사를 하셨습니다. “예수님이 오신 성탄절을 맞아 우리 국회가 대립과 갈등을 넘어 대화와 타협의 국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채익 의원(국회조찬기도회 회장 국민의힘)과 김회재 의원(국회조찬기도회 부회장, 민주당)를 비롯하여 수십 명의 국회의원들이 함께 모여 예배를 드렸습니다. 이어 국회 분수 대광장에서 진행된 성탄트리 점등식에서는 혹한의 추위 속에서도 여야의 국회의원님들과 성도들이 함께 모여 아기 예수의 성탄을 축하하며 사랑과 평화의 불빛이 온 세상에 전해지기를 기원하는 불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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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은 사랑과 평화의 구주, 예수님이 오신 날입니다. 성탄이야말로 온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영원한 러브 스토리요, 러브 레터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과 우리만의 화해를 이루신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화해 사건이 되기 위하여 오셨습니다. 그러니까 아기 예수님야말로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구원의 선물일 뿐 아니라, 대화해의 선물입니다.

 

그런데 너무 안타까운 것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초갈등사회를 이루고 있으며 미움과 증오의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겨울왕국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별히 온갖 거짓과 증오의 말들이 난무한 세상입니다. 터무니없는 유언비어와 인포데믹을 남발하며 미움과 증오를 부추기고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니, 입에 담기에도 부끄러운 거짓과 증오의 욕설을 쏟아내며 갈등과 분노를 부추깁니다. 여기에 피해자 중의 한 사람이 바로 접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제 자신이 피해자가 되는 것은 얼마든지 견딜 수 있지만 한국교회에 불이익을 주고 공적 피해가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참 가슴이 아프다고 말입니다.

 

우리 교회신문 신년인터뷰를 할 때 김재일 장로님이 이런 질문을 하시는 것입니다. “목사님께서는 시인으로서 감성이 여리고 상처 받기가 쉬우실 텐데 어떻게 이런 것을 극복하십니까?” “당연히 그런 것만 생각하면 여린 마음에 상처를 받을 수 있지만,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주님을 바라보고 저의 마음을 주님께 연결하려고 합니다. 주님과 연결된 아픔, 주안에서 느끼는 아픔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위무를 하고 위안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그럴수록 제 자신을 얼마나 비워야 하고 낮아져야 하는가를 생각해 봅니다. 그러니까 마음이 꺾이지 않고 오히여 긍정에너지로 승화시키지요.” 사실, 아기 예수님께서 다시 이 땅에 오셔서 이런 모습을 보신다면 얼마나 가슴 아파하시겠습니까?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셨을 때도 헤롯왕이 자신의 사욕과 탐욕에 눈이 멀어 무고한 아기들을 희생시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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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여 년이 지난 지금의 거리에도 여전히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고 우리의 영혼을 얼어붙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더 낮아지고 비워야 할까요. 얼마나 더 가슴 저려야 할까요. 교회의 본질은 가장 낮은 자리에서 사랑하고 섬기며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고 회복하며 정상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그런데 교회마저도 이념으로 나누어지고 분열의 카르텔을 쌓으며 동질집단의 권력화를 이루고 다툼과 분열을 일으켜야 하겠습니까? 이러한 트러스트화를 보이는 것은 낮아지지 못하고 비우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성탄절을 맞아 우리가 예수님의 비하의 탄생과 삶을 묵상하며 더 낮고 비우는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교회가 앞장서서 초갈등사회를 화목사회로 변화시켜야 하겠습니다. 사랑의 진실이 전해지고, 진실한 사랑으로 가득한 복된 성탄절이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