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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읽었던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라고 하는 단편 소설이 생각납니다.

잘 알려진 내용이지만 간략하게 소개를 하면, 화가 지망생 소녀 수와 존시는 예술가 마을인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몸이 약한 존시는 폐렴에 걸리고 곧 죽을 거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됩니다. 수는 존시에게 끊임없는 격려로 용기를 주지만 존시의 부정적인 말 때문에 자꾸만 힘들어합니다.
존시는 창문 밖에서 보이는 담쟁이 자신과 동일시하면서 담쟁이 잎들이 다 떨어지면 자기도 죽을 거라는 몹쓸 생각을 합니다. 수가 이웃집 베어먼 영감에게 존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베어먼 영감은 이내 눈물을 쏟으며 "세상천지에 그런 바보 같은 소리가 어디있냐"며 노발대발하고, 존시가 병 때문에 마음이 약해진 거라며 수에게 그녀를 잘 보살피라고 독려합니다.
그날 밤 폭풍우가 매섭게 몰아친다. 존시는 옆집 담쟁이 덩굴을 보는데 나뭇잎들이 다 떨어졌지만 마지막 잎새 하나는 끝까지 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존시는 그 나뭇잎에 감화되어 삶에 대한 의지를 얻게 되지요. 그 뒤 존시가 완전히 회복되자 수는 베어먼 영감이 절망에 빠진 존시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밤새도록 폭풍우를 맞으며 벽에 담쟁이 잎 벽화를 그리다가 폐렴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팔레트에 녹색, 노란색 물감이 남아있었다고 말합니다. 

비록 오래전 쓰여진 소설가의 작품속에 등장하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오늘날의 우리들에게도 많은 감동을 줍니다. 무엇보다도 희망을 잃고 죽음을 생각하는 한 소녀에게 희망을 주기위해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기우리는 노화가의 모습은 감동을 넘어 성스럽게 보이기까지 합니다. 늦가을 나무끝에 매달린 마지막 단풍잎을 바라보면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를 다시 한번 되새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