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 10월 첫째 주일 목양칼럼

가을꽃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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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계신 곳 찾아가는 길가에 코스모스 꽃이 바람에 흔들리며 반갑게 저를 맞아 주었습니다. 이름 모를 가을꽃들도 고개를 살랑이며 저를 반겨주었어요. 태풍이 쓸고 갔기 때문인지 어떤 꽃들은 허리를 숙인 채 반겨주었지요.

 

살아생전 당신께서는 저에게 습관처럼 말씀하셨죠. 너무 뻥이 심하긴 하셨지만요. “소목사님은 50, 100년 만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사람이에요. 나는 이영수 목사님을 오래 모셨는데 소목사님의 정치력은 이영수 목사님을 능가할 수 있고 박종삼 목사님을 빼닮아 진정성과 간절함이 있어서 금방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켜 버려요. 또한 정규오 목사님의 신학과 사상을 이어 받아서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으니 소목사님은 앞으로 우리 교단을 넘어 한국교회를 능히 회복시키고 세워나갈 겁니다.

 

그러니 빨리 총회장부터 되어야 해요.” 이런 당신의 말씀에 저는 한 번도 동의한 적이 없었지요. “장로님, 저는 그만한 그릇이 못 됩니다. 너무나 평범하고 작은 사람에 불과합니다.” 언제부턴가 저는 당신을 형님 장로님이라고 불렀지요. 그러나 장로님께서는 다른 목사님들에게는 격의 없이 대하기도 하였지만 저에게는 가깝고도 멀며 멀고도 가까운 사람으로 대해 주셨습니다.

 

! 박정하 장로님, 한 번도 부탁한 적이 없고 그런 마음도 보이지 않았지만 저를 이른 나이에 총회장이 되게 하려고 얼마나 애를 쓰셨습니까? 한사코 저는 아니라고, 정말 그러시면 다른 교단으로 가버리겠다고까지 하였지만 그때마다 저에게 찾아오셔서 손을 잡아주시고 이렇게 권면해 주셨지요. “소목사님은 우리 교단뿐만 아니라 한국교회를 위해서 일해야 합니다. 목사님이 그렇게 부르짖어왔던 한국교회 생태계 보호와 공교회 사역을 반드시 하셔야지요. 이런 한국교회 위기의 때를 위하여 하나님께서 소목사님에게 눈물겨운 연단을 시켜주셨잖아요.”

 

박정하 장로님! 제가 이른 나이에 부총회장이 된 것이 쑥스럽기도 하고 송구스럽기도 하지만 이제 장로님이 그토록 원하셨던 부총회장이 되어 이렇게 장로님 묘소에 찾아왔습니다. 지난 겨울에 왔을 땐 잔디가 잠들어 있더니 지금은 파릇파릇 자라있네요. 방금 전까지 내린 빗방울이 잔디에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마치 무덤 안에 누워 계신 장로님께서 갑자기 일어나 나오실 것 같은 마음이 들지만 여전히 당신께서는 흙 속에 묻혀 계십니다.

 

저는 장로님께 말할 수 있지만 장로님은 저에게 뭐라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아벨이 죽었으나 믿음으로는 말하는 것처럼 장로님도 믿음으로 말을 하실 수 있겠지요. 아니 저 영원한 천국에서 제가 부총회장이 되어 제일 먼저 장로님 묘소 앞에 와서 꽃다발을 헌화하며 예배드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계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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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눈물겹게 사랑해 주셨던 장로님, 당신의 묘소 앞에 부총회장의 이름으로 꽃다발을 헌화해 드립니다. 장로님! 하늘나라에서 기뻐해 주십시오. 저는 앞으로 총회장이 되더라도, 바삐 행사나 쫓아다니는 총회장은 안 될 것입니다. 우리 총회의 정책을 세우고 비전을 만들어 앞으로 50, 100년의 나갈 길을 열어나가겠습니다. 아니, 우리 교단뿐만 아니라 반드시 한국교회를 세우며 지키는 일꾼이 되겠습니다. 만약에 제가 그렇게 해서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영광을 받으신다면 하나님께서 천국에서 장로님의 영혼을 칭찬하고 격려해 주실 겁니다.

 

네가 세상에 사는 동안 내 종 소목사의 손을 잡아주기를 잘했지. 소목사를 일으켜주고 세워줬던 일들, 네가 정말 잘했던 거야.” 장로님! 저는 그런 생각을 하며 총회를 섬기고 한국교회를 세워나갈 것입니다. 비가 개인지 얼마 되지 않는데 제가 헌화한 국화꽃 주변에 노란 나비가 춤을 추며 다니고 있네요. 너울너울 춤추며 다니는 노란 나비 한 마리도 하나님이 보내주셨음을 믿습니다. 내년 봄에는 장로님의 묘소 주변에 봄꽃들이 많이 피어나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꽃을 피우는 건 꿈꾸는 나비임을 믿기에 각종 나비들이 장로님 묘소에서 춤을 추며 날아다니기를 소망합니다. 저는 장로님의 묘소 앞에서 예수님이 약속하신 부활의 약속을 붙잡습니다. 그런데도 가을 꽃잎에 흘러내리는 빗물을 보며 저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당신 살아생전의 얼굴이 비에 젖은 가을꽃의 모습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