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바람에도 지워지지 않을 이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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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지난 812~13일 독립운동가 최재형 추모비 제막식에 다녀왔습니다. 이 일은 개인이나 민간단체에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반드시 국회와 국가가 도와주어야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저의 제안을 기꺼이 받아주시고 주도적으로 실천해 주신 국회 문화관광위원장 안민석 의원님께 감사드리고 대한민국 국회, 국가보훈처, 블라디보스토크 영사관, 최재형기념사업회에 감사드립니다. 금주 칼럼은 추모비 제막식에서 낭독했던 기념사를 게재합니다.

 

아버지는 노비요, 어머니는 기생이었던 소년, 그가 가난과 굶주림의 땅, 함경북도를 떠나 러시아의 지신허라고 하는 마을에 갔습니다. 그곳에서도 배고픔이 계속되자 그는 굶주림을 면하기 위하여 포시에트 항구로 걸어갑니다. 그러나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항구에서 쓰러지고 맙니다. 그런 열 한 살짜리 소년은 독실한 기독교인 선장부부를 만나 러시아말에 능통하고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한 어엿한 청년으로 자랍니다.

 

어엿한 청년이 되어 블라디보스토크로 와서 고려인 노동자들의 억울함을 해결해 주고 그들의 삶을 따뜻하게 보살펴주는 페치카가 되지요. 그리고 훗날 그는 블라디보스토크의 대부호가 됩니다. 그렇지만 그의 삶은 온통 고려인의 행복과 조국의 독립을 위해 바쳤습니다. 동의회를 조직해서 일본군과 맞서 싸웠고, 대동공보사를 만들어 일제의 만행을 알리고, 무기상을 하면서 안중근의사와 독립군들에게 무기를 공급해 주었습니다.

 

이처럼 오로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살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을 철저하게 실천했던 하나님의 사람, 그리고 미스터선샤인 최재형...

 

우수리스크의 어느 들판에서 일본군에 의해 총살을 당하여 쓰러졌을 때 그는 죽음을 앞두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심장에서 쏟아내는 붉은 선혈을 손으로 움켜잡으며 조국의 광복을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감겨져가는 그의 눈동자 속에는 조국의 들녘에 향기로운 봄날이 오고 자유의 아리아가 울려 퍼지는 영상이 그려지지는 않았을까요? 하나 밖에 없는 생명, 한 번 밖에 없는 삶을 드디어 조국을 위해 바친다고 생각했을 때, 그는 참으로 행복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 진정한 독립투사였고 우리들의 영원한 아버지이신 최재형 선생님, 왜 우리는 당신을 좀 더 일찍이 알지 못했을까요? 왜 우리는 이제야 님을 추모하게 되었을까요? 그러나 때늦은 뉘우침이지만 우리가 이제라도 당신을 알고 님을 기념하게 되어 천만다행으로 생각합니다.

 

님이 우리를 떠난지 오래이지만 이제 우리는 님을 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에서야 이렇게 님의 고택에 추모기념비를 세웁니다. , 장부로 태어나 큰 뜻을 품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뜨거운 중보의 밑거름이 되셨던 최재형 선생님이시여, 오늘 추모기념비를 세움으로써 님의 애국애족의 애처로운 정신과 하나님을 향한 믿음, 그리고 감동적인 삶의 궤적들이 민족의 광야에 별처럼 빛나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천년의 바람에도 지워지지 않을 저 별빛 언덕 위에 님의 이름이 영원토록 새겨질 수 있기를 바라고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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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늦게나마 이런 기념비를 세울 수 있는 것은 우리 자랑스러운 조국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고 있다면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늦게야 님의 삶과 행적을 알고 여러 의원님들께 제안을 했지만 모두 다 대답만 잘했지 직접 소매를 걷어올린 분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제안을 받자마자 안민석 국회 문광위원장님께서 직접 소매를 걷어 올리고 수고를 해 주셨습니다.

 

우리 모두는 안민석 국회의원님께 뜨거운 감사를 드리고 국가보훈처에도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저 별들 너머 그 어딘가에 안식을 하고 계시는 최재형 선생님, 하나님의 품에 안겨 이 추모기념비 제막식을 지켜보고 계십니까? 오늘의 조국의 어려운 상황도 다 알고 계십니까? 그곳에서도 우리 조국의 평화와 민족의 번영을 위해 기도하고 계시는지요. 오늘 우리 모두는 이 추모비 제막식을 통하여 님의 정신과 혼이 우리 가슴속에 순백의 꽃으로 피어나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조국의 들녘에 위대한 아리아로 울려 퍼지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