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엄기호 목사 리더십 최대 고비

영입이냐 통합이냐 놓고 갈등만 표출, 기하성은 한기총 탈퇴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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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 대표회장 엄기호 목사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교회 연합기관( 한기총, 한기여느 한교총) 통합을 두고 한기총이 내부 격론을 벌이며 내부 갈등만 키운 채 표류하고 있어 대표회장 엄기호 목사의 리더쉽이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한기총은 지난 11일 제29-2차 임원회를 열고 ‘통합추진위원장 및 위원 추대의 건’을 논의한 결과 격론 끝에 안건 자체가 보류됐다. 이날 몇몇 증경대표회장들을 중심으로 일부 임원들은 한교총과의 통합에 대한 의미를 ‘통합’이 아니라 ‘영입’으로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함에 따라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파행을 겪었다.

 

안건을 상정한 서기 황덕광 목사는 “최성규 목사가 통합추진위원장을 했었고, 한교총과의 통합위원장으로 이태희 목사를 임명함에 있어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면서 “한국교회는 어쨌든 연합을 해야 하고, 한기총으로 복귀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엄기호 목사는 “통합하는 건을 먼저 다루겠다. 항상 통합하자는 말은 만장일치로 해왔다. 기하성 실행위에서 한기총이 통합 의사가 없으면 탈퇴하겠다고 했다. 여기서 가결된 대로 보고하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그러자 엄신형 목사는 “한기총이 이중플레이를 하면 안 된다. 여기서는 영입하자고 해놓고 저기서는 통합하자고 하면 안 된다. 저 사람들 바보가 아니다. 통합인지 영입인지 확실히 정해야 한다. 두 가지 말을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성규 목사는 “한교총은 임의단체이지 법인이 아니기에 통합의 대상이 아니다. 7.7법으로 돌아가 다시 들어와 같이 가자는 것으로 되어야 한다. 복귀하는 운동을 벌여야지 통합은 무슨 통합인가”라고 영입을 주장했다.

 

김창수 목사는 “한교총에는 우리 정관에 위반되는 교회들이 있다. 그걸 가려야 한다. 그럼 천주교도 받을 것인가”라며 강력히 반대했다.

 

논의가 가열되자 엄기호 목사는 “이제까지 역대 임원들이 통합하자는 말을 계속 해왔고, 유효한 것이다. 밖에 나가서 복귀라고 대화를 해봐라. 되지 않기 때문에 안 하는 것”이라며 “회기가 바뀌었기에 정돈하여 힘을 받아 가자는 것이다. 정 안 되면 통합을 하느냐 마느냐만 가부를 묻겠다”고 정리에 나섰다. 결국 엄기호 목사는 ‘영입이나 복귀’가 아닌 통합임을 분명히 한셈이다.

 

조경삼 목사는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을 간과하면 작은 것 때문에 결국 문제가 된다”며 “영입도 그렇고 통합도 그렇다면 연합이나 일치는 어떤가. 한국교회연합추진위원회로 이름을 바꿔서 가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자 최성규 목사는 갑자기 정회할 것을 동의한다며 논의를 서둘러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엄기호 목사는 “이제까지 계속 통합에 찬성해왔는데 이제와서 뒤집어서 안 한다고 하면 안 된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어찌되든 하나를 추구해야 한다”며 “오늘 가결이 되든 안 되든 기하성 교단은 결정을 한다”고 환기시켰다.

 

이에 반발하듯 이건호 목사는 “정관대로 해야 한다. 한교총과 한기총이 합쳐야 할 당위성을 한 번도 이야기한 적이 없다. 한교총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며 “법대로 해서 우리가 영입하는 것으로 하고, 이게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계속 합치자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임원회는 ‘통합위원장 및 위원 추대의 건’은 커녕 ‘통합’이냐 ‘영입’이냐는 입장도 정리하지 못한 채 폐회됐다.

 

한편, 기하성 여의도총회는 지난 1일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실행위원회를 열고 교단총회가 열리는 21일까지 한기총이 한교총과의 통합을 선언하지 않으면 한기총을 탈퇴하겠다고 한 바 있다.

 

한기총이 이대로 통합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21일 맞을 경우 여의도총회는 한기총 탈퇴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여의도총회 관계자는 “한기총이 통합을 결의하지 못할 경우 여의도총회는 한기총을 탈퇴하게 된다. 빠르면 총회 현장에서 다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하성이 한기총을 탈퇴할 경우 한국교회 분열을 고착화 시킨다는 측면에서 쉽사리 결정을 못내릴 것으로 보인다./ 윤광식 기자(kidok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