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하나님의 말씀만 알차게 전하라 

 신학자, 목회자들 강단의 위기 극복 방안 제시

"오늘날 강단은 아무런 메시지도 선포하고 있지 못하다. 그 때문에 결실도 없을 뿐 아니라 만약 메시지가 선포되고 있다 하더라도 그 능력이 전혀 없기에 빈 강단이 되었다."(클라이드 리드의 '설교의 위기' 중에서)

메말라 간다. 메마른 강단은 성도들의 영적 삶 역시 메마르게 한다. 메말라가는 성도들을 보며 목회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갖가지 방법을 찾지만 결국 한계에 부닥친다. 강단의 흉작은 교회의 부패를 가져온다. 강단이 부패하지 않는 한 교회의 부패는 있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설교의 위기는 예배의 위기이며 한국교회의 위기로 이어진다.

 

◇설교와 강의를 구분해야

한국교회의 예배에서 모든 관심은 설교자에게 집중돼 있다. 한국에 복음을 전한 미국의 선교사들은 뜨거운 준비찬송과 회심을 촉구하는 복음적 설교, 결신자 초청이라는 예배 예전(禮典)을 전해줬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예배드리는 존재'(Worshipper)가 아니라 '교회에 가는 존재'(Church Goer), '설교를 들어보는 존재'(Sermon Hearer)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의존적 현실에서 많은 설교자가 설교와 강의의 차이를 구분 못하고 있다는 것. 설교는 성서와 신앙에 기초한 치유와 위로, 용기를 제공하지만 강의는 단지 문제만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할 뿐이다. 설교가 전적인 증언과 고백으로 선포의 특징을 보이지만 강의는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논증한다. 간단히 말해 설교는 진리를 선포하고 해석하는 것이다. 설교는 신학 그 자체로 대중에게 의미를 풀어 알려주기 때문에 진리(복음)와 상황(대중)을 연결시켜주는 통로 역할을 한다.

 

이성민 감신대 교수(설교학)는 "설교가 강의에 머물러 있는 것은 많은 목회자들이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으로 백성을 깨우치고 위로하며 치유하는 설교의 예전 기능을 소홀히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예배의 본질을 깨닫고 성경적인 설교를 할 수 있도록 신학교의 바른 교육과 목회자의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단을 해치는 위협 요소들

설교자는 자기 자신이 "보고 들은 바"(요일 1:3)를 진실하게 전해야 한다. 하지만 설교자는 바쁘다. 따라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이야기한다. 이쯤 되면 하나님의 말씀은 설교자가 하는 이야기나 경험담을 보강하는 징검다리로 전락한다. 설교가 성서를 떠나 설교자의 생각을 전하는 도구로 전락하게 될 때 그 설교는 종교 수필이나 강연으로 전락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설교시간은 예수 없는 적극적 사고와 기복적인 축복, 세속적 화제와 만담만이 넘쳐나는 자리가 된다. 잦은 설교 횟수와 바쁜 일정도 강단의 질을 떨어뜨린다. 담임 목사의 경우 주일 낮과 밤, 수요 예배시 직접 설교를 한다고 할 때 매년 최소 156회 말씀을 전한다. 심방과 상담, 관혼상제, 각종 잔치에 시간을 쏟다 보면 결국 강단에 충실할 수 없다. 설교의 표절도 문제다. 많은 일과 때문에 하나님의 말씀을 증언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설교를 가지고 올라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연동교회 이성희 목사는 "설교는 하나님께서 이 시대 청중에게 주시고자 하는 말씀을 설교자가 배달하는 것"이라며 "배달부인 목회자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잘 경청하지 않고 전하려다 보니 자신의 감정과 이성이 들어가게 되고 반대로 꼭 해야 할 말씀이 빠지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강단회복, 대안은 무엇일까

초대교회가 균형을 갖고 있던 말씀과 예전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은 시급한 일이다. 또한 회중들의 능동적 예배참여, 예배의 참된 의미를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청중의 필요에 맞는 영감 넘치는 메시지다. 주일 설교를 앞두고 '주여, 무슨 말씀을 어떻게 운반해야 하겠습니까' '설교를 통해 성령께서 말씀하시고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사건을 만드소서'라는 겸손한 자세 아래 깊은 명상과 말씀연구, 기도는 절대적이다. 그렇지 않다면 설교는 '울리는 꽹과리'에 불과할 것이다.

 

설교학자인 정장복 한일장신대 총장은 "요즘 성도들은 목사의 자기 자랑과 지나친 개인적 경험에 대해 극도의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말씀의 수탁자인 설교자는 강단에서 오직 하나님 말씀만 전하겠다는 결심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장 목회자들은 설교가 교회 성장을 위한 목회적 수단이 아니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제공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