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 아가페를 출범시키다

하나님과의 관계를 통해 영적 인프라를 구축하라

사랑의 클리닉 황성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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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하자 나는 이들을 연구실로 불러 아침 성경공부를 시작했다. 사건은 의대생들에게 매우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4 동안 동고동락했던 이들,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고 지내던 이들이 갑자기 성경공부를 하고 찬양을 하다니, 그것도 진정한 크리스천으로서의 삶을 살아가자 단순히 교회만 나가던 학생들조차 모임에 관심을 표명할 정도로 영향력이 대단했다.

 

우리는 자주 모여서 서로의 삶을 많이 나누었다. 연휴 기간에는 강원도 홍천에 있는 예수전도단 선교 농장으로 수련회를 가기도 했다. 이들이 한림의대 아가페가 정식으로 출범할 있는 든든한 밑거름이 씨앗들이었다. 그로부터 2 후에 나는 한림의대의 정식 교수로 발령받아 아가페의 지도교수가 되는 감격을 맛보았다. 당시 최고 학년인 1 학생들에게 아가페를 통해 이미 복음의 씨앗을 심었기 때문에 말씀 사역은 더욱 힘을 얻어 왕성하게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매주 목요일 그들에게 성경을 가르쳤다. 많은 때는 30-40, 보통 때는 20-30명의 학생들이 모여 성경을 공부했으며, 대학 축제 기간에는 수양회를, 방학 중에는 무의촌으로 의료봉사를 다녔다. 복음을 모르던 학생들이 변화되고 그들의 영적인 눈이 열리고 주님의 사랑을 누리는 모습에 감탄할 따름이다.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롭게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누가복음 4:18-19).

 

나는 일로 변화된 크리스천의 , 놀라운 영적 영향력에 대해 새롭게 눈떴다. 처음부터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애쓴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영향력이 극대화될 있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관계 형성을 통해 믿음과 신뢰의 끈을 두텁게 하는 것이 성공적인 전도의 비결이다. 중요한 일일수록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하다보면 결정적인 기회가 오기 마련이다. 지금도 나는 대학생들을 보면 주님과의 관계에 젖으라 권면한다. 영성은 하루아침에 키워지지 않는다. 젊음의 시절에 하나님과의 영적인 만남, 지속적인 사귐의 관계를 통해 영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믿음을 키우는 일은 하나님 나라의 일꾼으로 쓰임받기 위한 귀한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으로 해외에 나간 것은 1988 1월로 의대 교수 2년에 접어든 해였다. 당시 춘천의 베드로 정형외과 원장인 조은제 집사님이 사재를 털어 만든 아시아 구제 기금의 지원을 받아 8명의 형제자매가 의료 봉사를 위해 방글라데시로 떠났다. 방콕을 거쳐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에 도착했을 우리가 받은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공항에는 처참한 몰골로 돈을 달라며 떼를 쓰는 아이들로 가득했고, 때마침 방문하게 빈민가의 참상도 경악스러웠다. 올드 다카 인구의 절반가량이 길바닥이나 앞에서 잠을 잔다는 것이 선교사님의 설명이었다.

 

우리가 집중적으로 진료 사역을 했던 찔마리 민선 군수의 자랑은 가관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방글라데시, 방글라데시에서 가장 가난한 꾸리그람, 꾸리그람에서 가장 가난한 마을 찔마리 고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마을 찔마리라고 입에 거품을 물고 가난을 자랑하는 그에게 나는 연민의 정을 느끼지 않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