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572)... 한국, 세계 최장수 국가 등극

한국 여성 기대수명 90 돌파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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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와 영국 런던 임페리얼칼리지(Imperial College London) 보건대학 연구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을 대상으로 2030년 출생자 평균 기대수명에 관한 조사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녀의 기대수명이 일본 등 세계 장수국가를 제치고 세계 최고에 오른다는 결과가 나왔다. 결과보고서는 국제의학학술지 랜싯(Lancet) 최근호(20172)에 실렸다.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출생 한국 여성과 남성의 평균 기대수명은 각각 90.8세와 84.1세다. 수명 연장의 일등공신은 교육과 의료기술, 영양수준 등을 꼽고 있다. 연구를 주도한 마지드 에자티 교수는 “한국인은 비만율, 흡연율, 고혈압 유병율 등이 낮다”면서 “높은 의료기술과 의료시설 접근성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2010년 통계와 비교하면 수명이 대폭 상승했다. 2010년 한국 여성과 남성의 기대수명은 각각 84.2세와 77.1세로 당시 일본 여성(86.7)과 남성(79.4)에 비해 낮았다. 그러나 2030년 한국 여성은 전체 조사 대상국 남녀를 통틀어 기대수명 90세를 유일하게 넘겼다. 한국 여성 다음으로는 프랑스(88.6), 일본(88.4), 스페인(88.1) 여성 등이 뒤따랐다.

 

한국 남성(84.1) 뒤에는 오스트리아(84), 스위스(83.9) 등이 근소한 차이로 각축을 벌였다. 한편 미국은 2030년 기대수명이 낮은 범주에 속했다. 여성과 남성의 기대수명은 각각 83.3세와 79.5세로 예측되어 헝가리, 멕시코 등 국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유는 부실한 의료보험 체계와 임산부 사망률, 비만율, 살인율 등이 대표적인 원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 워싱턴대학 ‘보건계측ㆍ평가연구소’(IHME: Institute for Health Metrics and Evaluation) 소장 크리스토퍼 머레이 박사와 세계 각국 전문가들이 참가한 국제공동연구팀은 세계 195개국의 ‘보건의료 접근성 및 품질’(HAQ)를 평가하고 지수로 만들었다. 이는 주민들이 질병 예방과 건강유지를 위해 보편적 보건의료 서비스를 얼마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효과적인지를 뜻한다.

 

연구팀은 적절한 예방과 치료를 받으면 피할 수 있는 32개 질병의 사망률을 종합하는 등의 방식으로 점수를 산출했다. 국제의학 학술지 랜싯(Lancet) 최신호에 발표된 평가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보건의료 접근성과 품질’은 세계 195개국 가운데 23위로 평가됐다. 한국은 2015년 기준으로 종합 점수 100점 만점에 86점으로 독일, 싱가포르, 뉴질랜드, 덴마크, 이스라엘 등과 점수는 같았으나 순위는 뉴질랜드 다음인 23위를 기록했다.

 

한편 경제력과 군사력에서 세계 최강국이라고 일컬어지는 미국은 81점을 받아 세계 35위에 그쳤다. 북한은 62점으로 우즈베키스탄 등 7개국과 공동 101위로 평가됐다. 연구팀은 지난 25년 동안 보건의료 접근성과 품질이 가장 많이 향상된 나라로 한국, 터키, 페루, 중국, 몰디브 등을 꼽았다.

 

상위 20개국 중 호주와 일본(11)를 제외하면 모두 서유럽 국가들이 차지했다. 전체 1위는 안도라 공화국(95)이었으며 아이슬란드(94), 스위스(92), 스웨덴(90), 노르웨이(90), 호주(90), 핀란드(90), 스페인(90), 네덜란드(90), 룩셈부르크(89) 등의 순으로 10위권 안에 들었다. 1위를 차지한 안도라(Andorra) 공화국은 스페인과 프랑스 사이 피레네(Pyrenees)산맥에 위치한 인구 85천명의 작은 나라이다. 안도라는 나라 전체가 관세가 없는 면세(免稅) 쇼핑 천국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인 기대수명(2015년 기준)82.1년이다. 2015년에 태어난 아이들은 평균 82세까지 생존한다는 이야기다. 또한 여자(85.2)가 남자(79)보다 6년 이상 오래 산다. 한편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건강수명(2015년 기준)은 기대수명보다 짧은 73.2세였다. 이에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격차인 8.9년 동안은 다치거나 아픈 상태에서 살아간다는 의미다. 이 격차는 여성이 9.9년으로 남성(8.2)보다 컸다.

 

현재 한국인의 평균수명(平均壽命)80세가 넘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평균수명(기대수명)과 건강수명(健康壽命)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우리나라 보건의료 분야의 최대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격차를 줄여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으로 보건의료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2017년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13.8%로 내년이면 고령사회(노인인구 14%)가 된다. 2026년에는 노인 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인간 수명 100세를 내다보는 각종 의학적 관찰이 나오고 있다. 90대 노부모와 70대 자녀가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상황에서 치매(癡呆)나 뇌졸중(腦卒中) 등에 시달리면서 장수하는 것은 결코 축복이 아니다. 따라서 건강하게 장수하여야 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2016년도 사망한 65세 이상 노인 112420명을 대상으로 추적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사망 전 10년 동안 1명의 노인이 요양병원에서 347일 입원, 요양원에서 287일 입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자 가운데 요양병원과 요양원에 재원/입소 일수가 3000일 이상인 사람도 1464명에 달했다. 이들은 사망 전 10년 대부분을 요양병원과 요양원에서 보낸 셈이다.

 

이들에게 10년간 들어간 의료비/요양비는 총 31644억원이었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5655억원을 그리고 노인이 5989억원을 부담했다. 건강보험에서 급여가 지급되는 요양병원은 노인성질환이 심한 사람 등이 입원대상이지만, 치료가 필요 없는 노인들이 입원하는 사례가 많아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 전국에 요양병원 1428곳과 요양원 5,187곳이 운영 중이다.

 

70대 이상 노인들은 인생 황혼 길에서 걸리지 말아야 할 질병으로 대개 세 가지를 꼽는다. 즉 중풍(中風)이라 부르는 뇌졸중, 노망(老妄)이라고 부르는 치매, 그리고 각종 암()이다. 이 세 가지 중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 치매이다. 암과 뇌졸중은 본인이 자각할 수 있는 질병이므로 자기 자신이 고통을 받는 데 그칠 수 있다. 그러나 치매는 본인은 전혀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본인 입장에서는 행복(?)하지만, 환자 주변 모두를 황폐화시킬 개연성(蓋然性, probability)이 높기 때문에 가장 악질(惡疾)로 꼽혀 꼭 피하고 싶은 질병이다.

 

노부부 중 한 사람이 치매로 고생할 경우 동반자살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다. 몇 년 전에는 88세 남편이 치매에 걸린 부인을 승용차에 태우고 저수지로 돌진하여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남편이 남긴 유서에는 “이 길이 우리가 가야 할 가장 행복한 길이다”라고 적혀있었다. 고령화로 급진하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 사건이며, 문제는 앞으로 노부부의 동반자살이 다반사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건강하게 100세 시대를 맞을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우리 주변에 노년기를 건강하게 보내는 사람들도 많다. 예를 들면, 필자가 매주 일요일 연세대학교회(Yonsei University Church)에서 인사드리는 김옥라(金玉羅) 박사(신학, 각당복지재단 초대이사장, 세계감리교여성연합회장 역임)는 금년에 99(1918년生)이지만 곳곳한 자세로 걸어 다닌다. 11시 예배 전에 10시부터 시작하는 성경공부에도 참석하고 있다. 또한 평일 아침에는 종로구 신문로 소재 각당복지재단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함께 기도를 드리고, 찬송가를 부른다.

 

필자의 빙부(聘父) 이종항(李鍾恒) 박사(법학, 국민대 명예교수, 총장 역임)는 금년 198(1919년生)를 일기로 별세하였다. 필자가 지켜본 건강비결은 세끼 식사를 맛있게 먹고, 수면은 8시간 정도 숙면을 취하고, 운동(실내 자전거 타기)도 매일 40분 정도, 그리고 매일 신문을 읽고 취침 전에 일기를 쓰는 습관이 있었다. 매주 토요일 저녁에는 우리 가족 8명과 함께 서울시내 ‘맛집’을 찾아 즐겁게 저녁식사를 하면서 훈훈한 가족 사랑을 나누었다. 감기로 인한 폐렴(肺炎)으로 병원에 약 1주일정도 입원치료 중에 별세했다.

 

노년기에 “아픈 장수(長壽)는 축복이 아니다”라는 것을 명심하고, 평소 건강수칙에 따라 건강관리를 충실히 하여 ‘건강한 장수’를 누리다가 이 세상을 하직하여야 한다. 인생은 “B to D”라는 말이 있다. 즉 출생(birth, )을 의미하는 B와 사망(death, )을 의미하는 D가 있으며, BD 사이에는 C(choice, 선택)가 있다. 이에 당신의 선택에 따라 노후가 ‘아픈 장수’가 될 수도, ‘건강한 장수’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