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은 생명의 씨앗
「칼럼 최승목 담임목사/팜스링스한인교회」 사순절은 lent, 봄이라는 뜻이다. 영어로는 spring, 도약하다·뛰어오르다를 의미한다. 즉, 생명과 연관되어져 있다. 한국어로 “봄”은 다석 류영모 선생에 의하면 “보다”에서 온 것으로, 만물의 생명을 보는 절기라 하였다. 즉, 사순절은 겨울을 끝내고 “생명의 씨앗”을 보는 절기라 할 수 있겠다. 생명을 보기 위해 거쳐야 하는 겨울과 어둠의 기간을 사순절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사순절이 끝나면 바로 생명의 완성인 부활절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상 매주 주일 자체가 부활절이기 때문에 주일을 뺀 40일 즉, 6주간을 사순절로 지켰다. 초기 원시 기독교는 기간을 정하지 않고 짧게 며칠 지켰다는 기록들이 있다. 그러다가 AD325년 니케아 공의회 때 40일로 정했고, 동방정교회는 토요일과 주일을 뺀 40일이라 7주간을 지켰다. 사순절은 말 그대로 40일의 고난의 시간을 상징한다. 예수님의 부활 전 고난을 기리면서 초기 원시 기독교는 고기를 금하고, 중세에 와서 금식기도를 하고, 현대에 와서는 많이 완화 되어 보통 고난주간만 지키는 교회가 많아졌다.
사순절을 꼭 형식적으로 지키지 않더라도 이 40일의 기간이 하나님을 만나는 시간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예수님이 40일 금식 기도를 하고 공생애를 시작했듯이, 모세가 호렙산에서 40일씩 두 번 기도하고 십계명을 받고, 엘리야는 호렙산으로 밤낮 걸어가 하나님을 만났다. 노아의 홍수 사건에서도 40일간 인간을 벌하는 비가 내린 후 새 하늘과 새 땅이 펼쳐졌다. 이 글을 읽는 독자 모두 이 40일의 시간이 하나님을 만나는 시간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필자는 현재 중국의 현지 교회들을 방문하며 말씀을 나누고 강의를 하고 있다. 이곳에서 참 충격적인 것 중의 하나가 사순절 기간이라 성찬식을 한다는 지하교회들이 주님의 살과 피를 기리며 떡과 포도주를 나누는데 대성 통곡을 한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가 성찬식을 나누면서 이렇게 애통해 하면서 그 예식에 참여한 적이 있는지, 주님의 고난의 시간들을 정말 내 피부로 느낀 적은 없는지 자문해 보고 싶다.
인류의 위대한 믿음의 선조들이 어느 특정 시간의 새로운 경험과 체험으로 새로운 기독교 역사를 써내려가는 것을 종종 볼 수가 있다. 요한 웨슬리가 올더스게잇의 성령체험을 통해 새로운 감리교 운동을 시작했던 것처럼, 이 사순절이 그러한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