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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가 없는 얼굴

언젠가 커다란 바위에 양각으로 조각되어있는 석가모니를 적이 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태양이 일정한 각도에 도달하게 되면 희미하던 석가모니의 얼굴에 명암이 생기면서 입체감이 드러나게 되어 있었다. 때에 얼굴에 나타나는 미소는~~ ! 정말 감탄스러울 만큼 아름답고 평화스러운 것이었다. 만일 조각을 하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그것까지 고려해서 조각을 것이라면 기가 막힌 천재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같았다.

 

그런데 나는 그와는 대비가 되는 하나의 얼굴을 떠올리게 되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위로 가시관을 쓰시고, 머리에서 부터 흘러내리는 피로 얼굴은 엉망이 되었을 것이고, 손과 발에 박힌 굵은 대못이로 인하여 몸서리치도록 엄청난 고통, 거기에다 벌거벗은 십자가 위에 매달려야 했던 수치와 원수들의 입에서 나오는 참기 힘든 모욕까지, 모든 것들을 견디기 위해 우리가 상상하기도 어려울 만큼 일그러져 있었을 것이 분명한 예수님의 얼굴이었다.

 

차라리 좌우에 함께 십자가에 못밖혔던 강도들의 얼굴은 정도는 아니었을 런지도 모른다. 당연히 그들에게도 육체적인고통은 있었겠지만 그래도 그들은 자기들의 때문에 당연히 받아야 고통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받아들이기가 쉬웠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런 형벌을 받을 각오를 하고 죄를 지었기 때문에 억울함과 분노도 훨씬 했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런 일을 당할 만한 아무런 죄도 없으셨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고귀한 신분으로서 가장 흉악한 죄인들이 받게 되는 최고의 형벌과 고통을 받으셔야 했기에 더욱 견디기가 힘들고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런데 십자가의 고난이라는 사건 자체보다도 우리가 주목 해야 사실은 바로 이것이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당하신 고통이 우리가 받을 지옥의 형벌과 고통을 대신하기 위한 것이요, 그분의 얼굴에 평화로운 미소가 없었던 것은 우리에게 평안을 주고 우리의 얼굴에 미소를 주시기 위함 이었다는 사실이다.

 

비록 우리가 보기에 흠모할만한 것이 없어 보이는 얼굴이며 평화스럽게 미소 짓는 모습은 아닐지라도 예수님의 모습은 세상의 어느 누구의 아름다운 얼굴 보다 가장 존귀하고 성스러운 얼굴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는 앞에서 자라나기를 연한 같고 마른 땅에서 나온 줄기 같아서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은즉 우리의 보기에 흠모할만한 아름다운 것이 없도다" (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