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와 소통을 위한 공간

DSC_1222az.jpg

제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동네마다 이런 공동우물이 개씩은 있었습니다. 마을의 식수원이 뿐만 아니라 아침저녁으로 그곳에 모여든 동네 아낙들이 물도 긷고 빨래도 하면서 서로간의 소식과 삶을 나누었던 소중한 곳이었죠.

 

남자들은 사랑방에서, 여자들은 우물가에서 서로 웃기도 하고, 쌓인 아픔을 털어놓고 울기도 하고, 동병상련으로 위로도 하면서, 그러다가 더러는 흉도 보고, 때로는 큰소리로 다투기도 했겠지만 그래도 그런 모임과 소통의 공간이 있었기에 서로간에 따듯한 정이 오갈 있었고 가난함 속에서도 상부상조하면서 전통을 이어가고 결속력을 다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와 비슷한 개념을 가진 장소도 없어지고 문화도 없어진 같습니다. 갈수록 담장은 높아지기만 하고, 아파트 문들은 굳게 닫혀있고, 최첨단 잠금장치와 감시카메라들이 사람들의 움직임을 통제하거나 감시하고 있습니다.

 

아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지만 저부터도 그런 시류를 따라 밖에 없더군요. 대략 오년 정도만 하더라도 예배당 문을 24시간 개방해 놓았었습니다. 때로는 노숙자들이 자고 가기도 하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잠시 들러서 기도를 하기도 하더군요.

 

하지만 지금은 예배시간 외에는 잠가놓고 있습니다. 기도하러 오는 성도들이 놀랄까 걱정도 되기도 했지만, 그보다도 음식을 먹고 쓰레기를 버려둔채 가버리거나 화장실을 지저분하게 사용하고, 심지어는 예배당 안에다가 소변을 보기도 하는 데는 견디기가 어렵더군요. 그래도 시절이 그리운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사진작가 곽완근 목사(공주 두란노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