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486

부활절 그리고 모차르트 레퀴엠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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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復活節), 아마데우스(Amadeus)

Happy Easter! 지난 일요일(327)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부활절(復活節, Easter)이였다. 부활절은 교회력(敎會曆)에서 가장 오래된 축일(祝日)이다. 부활절의 영어 호칭인 이스터(Easter)는 튜턴족()의 봄 여신인 에오스트레(Eostre)에서 파생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부활절 저녁에 아내와 막내딸(꽃그림 화가)과 함께 서울YWCA 특별행사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아마데우스(Amadeus)’를 관람했다. 필자는 아내가 서울YWCA 국제협력부 위원으로 활동하는 인연으로 매년 YWCA가 주최하는 문화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또한 YWCA 회원들에게는 특별할인을 해주어 ‘아마데우스’ 공연도 R120,000원을 90,000원에 관람했다.

 

십자가에 매달려 숨진 예수가 사흘 뒤 부활한 것을 기념하는 부활절은 가톨릭과 개신교의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부활절 전야(前夜) 미사를 집전하면서 한국인 김희(세례명 스텔라)씨를 비롯한 12명의 신자에게 세례를 주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7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집전한 부활절 미사에서 부활절 메시지와 축복을 전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부활절 낮 12시 서울 명동성당에서 예수부활대축일 미사를 주례하면서 “부활의 빛과 기쁨, 평화가 한반도 방방곡곡에, 그리고 북녘의 동포들에게, 더 나아가 온 세상 곳곳에 가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남북 분단 당시 북한 지역에 있었던 성당을 위한 기도운동에 신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한편 우리나라 개신교계는 오후 3시 서울 광림교회에서 ‘부활의 생명을 온 누리에’를 주제로 ‘2016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렸다. 작년까지 각각 부활절 예배를 드렸던 60개 교단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연합이 마음을 모아 마련한 예배에서 대표대회장 전용재 목사는 “한국 교회와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 저 얼어붙은 북한 땅과 온 세상에도 부활하신 주님의 은혜와 생명이 넘치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회(Yonsei University Church)는 연세대 캠퍼스에 있는 루스채플(Luce Chapel)에서 부활주일 예배를 드렸다. 이계준 목사(연세대 명예교수)는 ‘부활한 자의 고백(Confession of the Resurrected)’을 주제로 설교를 했다. 예쁘게 포장한 부활절 달걀을 교회 유아부 어린이들이 교인들에게 나누어 드렸으며, 전교인들은 교회 김옥라 장로(故 라익진 산업은행 총재 부인) 초대로 뷔페 오찬을 먹으면서 부활절을 기렸다.

 

부활절은 초기에는 유월절에 따라 유대력() 니산월(태양력의 3-4) 14일을 부활절로 정하고 축하는 교회와 그 다음의 일요일을 부활절로 지키는 교회도 있었다. 또한 부활절을 해마다 지내야 한다는 규정도 없었다. 오늘날 지키고 있는 부활절은 제1회 니케아 공의회에서 결정된 것으로 춘분(春分) 후의 최초의 만월(滿月) 다음에 오는 첫째 일요일이다. 부활절과 그 전날인 성() 토요일 사이 밤에는 철야제가 진행된다.

 

부활절 전까지 여섯 번의 주일을 제외한 40일 동안의 기간을 사순절(四旬節, Lent)이라고 하며,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에서 시작해 ‘성 토요일(Holy Saturday)’에 끝난다. 가톨릭에서는 수요일에 자신의 죄를 참회하는 상징으로 머리에 재를 뿌리는 의식을 행하며, 로마 교회에서는 이 날을 공식적으로 참회하는 날로 정하고 옷에다 재를 뿌렸다.

 

사순절은 약 4세기경부터 시작되었으며, 예수가 세례를 받은 뒤 40일 동안 황야에서 금식을 하고 사탄의 유혹을 받으며 보낸 기간을 기념해 생긴 관습이다. 사순절 기간 동안 성도는 주님의 십자가(十字架)를 생각하며, 회개와 기도, 절제와 금식, 명상과 경건의 생활을 통해 수난의 길을 걸어가신 주님을 기억하며 그 은혜에 감사를 표한다.

 

성경에서 ‘40’이란 숫자와 관련된 사건이 많이 등장한다. 예를 들면, 노아 홍수 때 밤낮 40일간 비가 내렸고, 출애급(Exodus)을 한 이스라엘 백성이 40년 동안 거친 광야에서 생활했으며, 예수가 광야에서 40일간 마귀와 시험을 받기도 하였다. 이에 기독교에서 ‘40’이란 고난과 시련과 인내를 상징하는 숫자이다. 한편 사순절을 뜻하는 영어 단어 ‘Lent’는 ‘봄날’이라는 뜻의 영어 고어인 ‘랜크텐(lencten)’에서 나왔다고 한다.

 

초기 기독교에서는 사순절 기간 동안 사순절 식사(Lent Fare)라고 하는 고기를 제외한 채소 중심의 단순한 음식을 먹었다. 하루에 한 끼 저녁식사만 먹되 채소와 생선과 달걀만 허용되었다. 13세기부터는 간단한 식사를 허용했으며, 현대 기독교 교회에서는 사순절 기간 동안 좋아하는 음식을 피하는 정도로 단식을 지키면서, 구제와 경건훈련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부활절 한 주 전 일요일을 종려주일(Palm Sunday)이라고 하며, 종려주일 다음날(월요일)부터 예수가 부활한 주일 직전까지를 고난주간(Passion Week)이라고 부른다. 부활절을 기다리는 고난주간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과 죽음을 기념하는 절기로서 예수가 죄인을 구원하기 위해 겪은 고초와 사랑을 생각하며 경건하게 지내는 주간이다.

 

예수는 십자가에 매달리기 7일전 일요일에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할 때 군중은 종려(palm)나무 가지를 흔들며 환영했다. 예수가 예루살렘에 도착하고 이틀 뒤인 화요일에 제자 가룟 유다가 예수를 배신한다. 예수는 목요일에 최후의 만찬과 겟세마네 기도를 드린 뒤 금요일에 체포되어 심문을 받고 골고다 십자가에 매달려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사흘만인 주일(主日)에 사망 권세를 깨뜨리고 부활한다.

 

부활절에는 세례ㆍ학습, 참회자의 위로, 죄수의 석방, 가난한 자의 구제, 교역자 위안 등의 행사를 가진다. ‘부활달걀(easter egg)’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축하하며, 신자들이 생명의 탄생을 의미하는 달걀에 소망을 담은 정성스런 그림을 그려 서로 교환한다. 옛날부터 달걀은 봄, 풍요, 다산(多産) 등 생명의 상징이었다.

 

부활달걀은 본래 승리의 색으로 ‘죽음을 이긴 새 삶’을 뜻하는 붉은 색으로 물들여졌다고 한다.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약간의 색을 칠한 달걀을 맨 처음 사용하였다. 부활절 달걀을 주고받는 관습은 17세기경 수도원(修道院)에서부터 시작되어 점차 일반에게 퍼져 나가 오늘에 이른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풍습이 전래되어 요즘 부활달걀은 예술적이고 화려한 색상으로 장식하여 바구니에 담아 축하의 선물로 주고받기도 한다.

 

서울YWCA 특별행사로 부활절 저녁 6시부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뮤지컬 아마데우스(AMADEUS: Mozart, L'Opera Rock)를 개최하면서 조종남 서울YWCA 회장은 “아마데우스의 생명력 있는 음악을 통해 2016년 새봄, 새 힘과 위로를 얻으시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음악회, 발레, 오페라, 뮤지컬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마련해온 서울 YWCA는 올해 특별행사 33주년을 기념하여, 프랑스 오리지널 뮤지컬 ‘아마데우스’를 선보였다.

 

‘아마데우스’는 지난 2009년 프랑스에서 개막한 이후 최단 기간 150만 관객을 돌파하여 유럽을 뒤흔든 흥행 돌풍의 뮤지컬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에 이어 또 한 번 프랑스 뮤지컬의 저력을 보여준 ‘아마데우스’는 오페라, 클래식, , 발레, 현대무용 등 유럽 뮤지컬만이 보여 줄 수 있는 고전과 현대의 유럽 문화 정수가 녹아 있었다. (Rock)으로 변주된 모차르트의 클래식 곡들과 현대적인 선율의 음악과 배우들의 가창력은 뛰어났다.

 

모차르트 역의 미켈란젤로 로콩테(Mikelangelo Loconte)를 비롯하여 주역들과 조연들의 연기도 뛰어났다. 무대 세트도 쉼 없이 바뀌어 18세기 당시 잘츠부르크, 만하임, , 파리 등지의 시대상을 재현했으며, 무대 조명도 탁월했다. 노래와 율동, 연기로 대변되는 뮤지컬의 한계를 뛰어넘은 작품이었다.

 

뮤지컬 ‘아마데우스’의 내용은 오스트리아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의 음악적 열정, 고뇌, 고독 등을 세밀하게 그린 작품이다. 청년 모차르트가 신임 잘츠부르크 대주교인 콜로레도의 억압을 견지지 못하고 음악 여행을 떠나는 시점부터 사랑, 좌절, 절망, 결혼, 성공,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생의 후반부를 다뤘다.

 

모차르트는 알프스의 자연의 미와 옛 문화를 함께 갖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1756127일에 바이올린의 대가로 잘츠부르크 궁정악단의 부악장이던 레오폴트의 아들로 태어났다. 모차르트는 신동이며, 천재형 작곡가였다. 그의 K.1 피아노곡은 6살 때의 작품이며, 1교향곡 K.168살 때 여행 중에 작곡한 것이다.

 

모차르트는 이탈리아, 파리, 런던, 벨기에, 네덜란드, 베를린 등 전유럽을 돌아다니는 여행을 하면서 자랐다. 최후 10년간은 빈에 정착하여 하이든, 베토벤과 함께 고전주의 음악을 완성시켰으며, 179135년의 짧은 생애를 마쳤다. 모차르트의 주요 작품에는 교향곡 58곡을 위시하여 관현악곡 328, 협주곡 55, 실내악곡 124, 교회 소나타 17, 피아노곡 179, 종교 음악 82, 가극 28곡을 포함해서 극음악은 21, 중창, 합창곡 562, 독창곡 97곡 등이 있다.

 

말년에 모차르트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졌으며, 경제적으로도 심한 압박을 받아 심신이 지쳐있었다. 모차르트에게 1791년 여름, 검은 옷을 입은 낯선 남자가 ‘레퀴엠’의 작곡을 의뢰한다. 작곡료는 50두카텐(당시 국제통화로 사용된 금화)이란 파격적인 금액에다가 절반을 선수금으로 받는 조건은 궁핍했던 작곡가의 눈을 번쩍 뜨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해 11월에 모차르트는 팔다리가 붓고 자주 구토를 하면서 자리보전을 하게 되며, 심한 류머티즘 열 때문에 병약해진 모차르트가 최후의 생명력을 불사른 죽은 이를 위한 미사곡인 ‘레퀴엠(requiem)’을 완성하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난 것은 35세 겨울인 125일이었다.

 

미완(未完)으로 남겨진 곡은 모차르트의 제자이며, 당시 비엔나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중 한 사람이었던 쥐스마이어(Franz Xaver Suesmayer)가 완성시켰다. 이 작품은 4성부 합창, 바셋-2, 바순2, 트롬본3, 트럼펫2,팀파니,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콘드라베이스, 오르간 등의 악기 편성을 지니고 있다. 텍스트는 죽은 자를 기리는 미사를 위한 것으로 크게 7부로 되어 있으며, 모차르트는 하이든이 1771년에 발표한 ‘레퀴엠’을 모델로 삼아 텍스트를 구성했다.

 

위령(慰靈) 미사 때 드리는 음악인 ‘레퀴엠’의 정식명은 ‘죽은 이를 위한 미사곡’이지만 가사의 첫 구절이 “주여,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Requiem aeternam dona eis Domine)”로 되어있고, 첫마디가 “Reguiem(라틴어로 安息을 뜻함)”으로 시작되는 데서 ‘레퀴엠’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죽은 이의 넋을 달래는 진혼곡(鎭魂曲) 또는 진혼미사곡 등으로 변역되기도 한다. 생명이 꺼져가는 모차르트에게 진혼곡인 ‘레퀴엠(Requiem In D minor K. 626)’ 작곡을 의뢰했기에 모차르트의 삶을 더욱 신비롭게 만들었다.

 

세상에 천상의 노래를 남겨 신()마저 질투한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가 뮤지컬의 마지막 부분에서 “죽어야만 한다면 죽을 각오로 살아야 해. 이제 우린 떠나네. 추억이 잊혀지는 것도 깨닫지 못하고 후회하는 사이에 우리 삶이 다했네.”라고 언급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인간은 누구나 언젠가는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따나간다. 예수처럼 復活을 꿈꾸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