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477)... 새봄, 밥상 立春節食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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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대길(立春大吉) 입춘절식(立春節食)

금년 2 4일은 24절기(節氣) 첫째 절기인 입춘(立春)이며, 2 8일은 병신년(丙申年) 음력(陰曆) 정월 초하루 설날이다.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음력을 사용하였기에, 24절기도 음력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음력을 사용하는 농경사회(農耕社會) 필요에 의해 절기가 만들어졌지만, 절기는 태양의 운동과 일치한다.

 

서양에서는 7일을 주기(週期) 생활하지만 중국과 우리나라는 24절기를 이용하여 15일을 주기로 생활하였다. 음력으로 달을 기준으로 하면 어김없이 15 주기로 변화하기 때문에 농경사회에서는 보다 적합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해와 달의 주기가 1년을 기준으로 서로 차이가 난다. 달이 지구를 한번 공전하는 걸리는 시간은 29.5일이므로 12번이면 354일이 된다. 한편 지구가 해를 공전하는 데는 365일이므로 11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태양의 황경(黃經) 0도인 날을 춘분(春分)으로 하여 15 간격으로 24절기를 나누었다. 따라서 90도인 날이 하지(夏至), 180도인 날이 추분(秋分), 270도인 날이 동지(冬至)이다. 24절기의 배치는 ,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고 계절을 다시 6등분하여 양력(陽曆) 기준으로 달에 두개의 절기를 배치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에 24절기는 양력으로 매월 4-8 사이와 19-23 사이에 생긴다.

 

24절기의 명칭은 중국 ()나라 화북 지방의 기상 상태에 맞춰 붙인 이름이다. ,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도는 길인 황도(黃道) 따라 15도씩 때마다 중국 황하(黃河) 유역의 기상과 동식물의 변화 등을 나타내어 명칭을 붙인 것이다. 24절기의 명칭은 다음과 같다. 봄날의 설레임, 여름의 불같은 열정, 대풍년을 맞는 가을의 행복, 그리고 겨울의 평화가 모두 함께하는 365 해가 된다.

 

: 입춘(立春, 봄의 시작, 2 4일경), 우수(雨水, 2 19일경, 봄비가 내리고 싹이 ), 경칩(驚蟄, 3 5일경,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남), 춘분(春分, 3 20일경, 낮이 길어짐), 청명(淸明, 4 4일경, 농사 준비), 곡우(穀雨, 4 20일경, 농사에 필요한 비가 내림).

 

여름: 입하(立夏, 5 5일경, 여름의 시작), 소만(小滿, 5 20일경, 본격적인 농사철 시작), 망종(芒種, 6 5일경, 뿌리기 시작), 하지(夏至, 6 21일경, 낮이 연중 가장 시기), 소서(小暑, 7 7일경, 더위의 시작), 대서(大暑, 7 22일경, 더위가 가장 심함).

 

가을: 입추(立秋, 8 7일경, 가을의 시작), 처서(處暑, 8 23일경, 더위가 식고 일교차가 ), 백로(白露, 9 7일경, 이슬이 내리기 시작), 추분(秋分, 9 22일경, 밤이 길어짐), 한로(寒露, 10 8일경, 찬이슬이 내리기 시작), 상강(霜降, 10 23일경, 서리가 내리기 시작).

 

겨울: 입동(立冬, 11 7일경, 겨울의 시작), 소설(小雪, 11 22일경, 얼음이 얼기 시작), 대설(大雪, 12 7일경, 겨울 눈이 ), 동지(冬至, 12 21일경, 밤이 가장 시기), 소한(小寒, 1 6일경, 가장 추운 ), 대한(大寒, 1 21일경, 겨울의 추위).

 

예로부터 음력으로 3 3(三月三辰日), 5 5(五月端午), 7 7(七月七夕), 9 9(重陽節) 같이 월과 일이 겹치는 날은 양기(陽氣) 가득 길일(吉日) 여겼다. 한식(寒食), 단오(端午), 삼복(三伏, 말복), 칠석(七夕) 24절기가 아니다.

 

입춘(立春) 농사의 기준이 되는 24절기의 번째 절기이며, 봄으로 접어드는 절후로 태양의 황경이 315도에 있을 때이다. 입춘은 음력으로 주로 정월에 드는데, 어떤 해는 정월과 섣달에 거듭 드는 때가 있으며, 이럴 경우 재봉춘(再逢春)이라 한다. 입춘에는 농경의례와 관련된 행사가 많다.

 

입춘이 되면 가정에서는 기복(祈福)적인 행사로 입춘축(立春祝) 대문이나 문설주에 붙인다. 입춘축을 춘축(春祝), 춘방(春榜), 입춘서(立春書), 입춘방(立春榜)이라고도 한다. 입춘축은 대개 정해져 있으며, 대구(對句)대련(對聯)단첩(單帖)으로 두루 쓰는 것은 다음과 같다.

 

대구에는 국태민안 가급인족(國泰民安 家給人足), 기주오복 화봉삼축(箕疇五福 華封三祝), 문신호령 가금불상(門神戶靈 呵噤不祥), 우순풍조 시화년풍(雨順風調 時和年豊)등이 있다. 대련에는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거천재 내백복(去天災 來百福), 수여산 부여해(壽如山 富如海), 요지일월 순지건곤(堯之日月 舜之乾坤), 개문만복래 소지황금출(開門萬福來 掃地黃金出), 계명신세덕 견폐구년재(鷄鳴新歲德 犬吠舊年災)등이다.

 

단첩으로 상유호조상화명(上有好鳥相和鳴), 일진고명만제도(一振高名滿帝都), 일춘화기만문미(一春和氣滿門楣), 춘광선도길인가(春光先到吉人家), 춘도문천증부귀(春到門前增富貴)등을 붙인다. 입춘축은 붙이는 곳에 따라 내용이 다르다. 큰방 위의 , 마루의 양쪽 기둥, 부엌의 문짝, 곳간의 문짝, 외양간의 문짝에 붙이는 입춘축은 각기 다르다.

 

옛날 대궐에서는 입춘이 되면 내전(內殿) 기둥과 난관에 문신이 지은 연상시(延祥詩) 중에 우수한 것을 뽑아 연잎과 연꽃무늬를 그린 종이에 써서 붙였으며, 이를 춘첩자(春帖子)라고 하였다. 일반 가정에서 입춘축을 쓰는 종이는 글자 수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가로 15센티미터 내외, 세로 70센티미터 내외의 한지를 마련하여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려사(高麗史) 따르면 입춘날에 백관이 대전(大殿) 가서 입춘절을 축하하면 임금이 신하들에게 춘번자(春幡子) 주고, 이날 하루 관리들에게는 휴가를 주었다고 한다. 예기(禮記) 의하면 궁중의 역귀를 쫒는 행사인 대나의(大儺儀) 토우(土牛) 만들어 밖에 내놓아 겨울의 추운 기운을 보냈다고 한다.

 

함경도에서는 입춘날 풍년을 기원하는 뜻에서 나무로 만든 소를 관청으로부터 민가의 마을까지 끌고 나와 돌아다니는 의례를 행하였다. 제주도에서는 입춘날 굿놀이를 행하였다. 열양세시기(迾陽歲時記)에는 보리뿌리점(麥根占)이라 하여 농가에서는 입춘날 보리뿌리를 캐어서 그해 농사의 풍흉(豊凶) 점쳤다. , 보리뿌리가 가닥 이상이면 풍년이고, 가닥이면 평년, 가닥이면 흉년이 든다고 하였다.

 

입춘절식(立春節食)으로 궁중에서는 다섯 가지의 자극성이 있는 나물인 오신채(五辛菜) 만든 오신반(五辛盤) 수라상에 올렸다. 입춘에 먹는 오신반은 비타민 섭취를 위시하여 겨우내 추위에 혹사당했던 간의 회복을 돕는 봄철 보양식이다. 오신반은 겨자와 함께 무치는 생채요리로 추운 겨울철을 지내는 동안 결핍되었던 신선한 채소를 맛보게 하는 음식이다.

 

음식이 맛있거나 신나는 일을 빗댈 입춘 시식(時食)으로 먹던 무순 생채를 비유하여 입춘날 무순() 생채(生菜)라는 말이 있다. 입춘에 먹는 절식은 겨우내 움츠렸던 입맛에 생동감을 주는 활력소 역할을 한다. 민가에서는 입춘날 밑에서 돋아난 햇나물을 뜯어다가 무쳐서 입춘 절식으로 먹었다. 춘반(春盤) 세생채(細生菜) 하여 , 겨자, 당귀의 어린 싹으로 입춘채(立春菜) 만들어 이웃간에 나눠먹는 풍속도 있었다.

 

입춘에 불어오는 동풍이 추위를 녹이면 땅속에서는 , 마늘, 자총이, 달래, 부추, 미나리 새순이 돋아난다. 봄나물을 끓는 물에 살짝 데친 양념하여 무쳐 먹거나, 밥과 함께 비빔밥을 먹어도 어울린다. 미나리나물, 냉이나물, 움파나물, 당귀나물, 봄동나물 등은 봄철에 어울리는 나물들이다.

 

옛날 냉장고가 없었을 시절에는 땅에 큼직한 구덩이를 파고 배추, , 등의 채소를 저장해 두곤 했다. 움파는 겨울에 속에서 자란 파로서 파가 속에 있는 동안 빛깔이 연노랑으로 바뀐다. 파를 베어낸 줄기에서 다시 줄기가 나온 파를 움파라고 말하기도 한다. 12월에서 3월까지 추운 겨울에 움에서 노란 싹이 것이 가장 맛이 좋다. 맛이 다디단 움파와 연한 쇠고기를 꼬치에 번갈아 꿰어 산적으로 만든 움파산적도 봄철 미각을 돋우는 좋다.

 

중국의 풍습에 남편이 전쟁터에 나갈 부인이 남편의 품속에 당귀(當歸) 넣어주었다고 한다. 마땅히 돌아오기를 바란다 뜻으로 이름이 붙여진 당귀 전쟁터에서 기력이 다했을 먹으면 다시 기운이 회복되어 살아 돌아올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입춘 경기도 지방에서 당귀의 싹인 신감채(辛甘菜, 승검초) 임금께 진상했다고 한다. 승검초는 가루를 내어 주로 떡이나 음료에 넣어 먹는다.

 

/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아시아記者協會 The AsiaN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