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467)... 생명 존중 vs. 죽을 권리 尊嚴死

/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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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尊嚴死) 합법화

현대인은 세상에서 잘사는 (Well-being) 죽는 (Well-dying) 희망한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삶의 질만 추구했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지에 대한 준비가 소홀했다. 최근에는 삶의 만큼이나 죽음의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웰다잉(존엄한 죽음) 대한 인식과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어 삶의 마지막 순간에 불필요한 치료로 고통 받지 않고 인간답게 죽을 있는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줄기차게 제기되었다.

 

존엄사(尊嚴死) 관련 법률이 화두가 것은 1997 서울 보라매병원에서 당시 뇌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로 연명하던 58 남성 환자를 부인의 요구로 퇴원시킨 사건이며, 환자가 사망하자 환자의 형제들이 의료진과 아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까지 가는 법적 공방 끝에 2004년에 아내에게는 살인죄, 의사에게는 스스로 호흡을 없는 상태인 환자의 퇴원을 허용했기에 살인방조죄(殺人幇助罪) 확정됐다.

 

2008년에는 서울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김모 할머니의 가족들이 할머니에 대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시키기 위해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대법원은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에 기초하여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연명치료의 중단이 허용될 있다 판결했다. 대법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존엄사를 인정한 판정이었다.

 

당시 대법원은 연명치료 중단 허용 기준으로 환자가 회복 불가능한 사망단계에 진입했을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환자의 사전의료지시가 있을 사전의사가 없을 경우 환자의 평소 가치관, 신념 등에 비춰 추정할 사망단계 진입여부는 전문의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판단할 등을 제시했다.

 

이에 2010년에 종교의료법조계의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해 연명의료 중단 제도화를 논의하였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2012년에는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정부에 연명의료 중단 제도화 입법을 권고했으며, 2013 7월에는 연명의료 결정 대상 환자, 연명의료의 범위, 환자의 의사 확인 방법 환자들이 연명의료에 대하여 올바르게 결정할 있도록 특별법 형태의 입법이 필요하다고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

 

드디어 올해 12 9일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웰다잉법()이라 불리는 호스피스완화의료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 통과했다. 연명(延命) 치료란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으로 임종기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을 말한다. 법은 회생(回生) 가능성이 없을 경우 심폐소생술 같은 연명 치료를 받지 않을 있게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연명의료를 중단하더라도 통증 완화를 위한 의료행위와 영양분 , 산소 공급은 지속하도록 했다.

 

완화의학(Palliative Medicine)이란 삶이 제한된 질환을 가진 환자에게 삶의 질을 최대한 높이는 목적을 두고 연구하며 치료하는 의학의 전문 분야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완화의료(Palliative Care) 통증과 다른 문제들, 육체적, 정신적이고 영적인 문제를 조기에 분별하고 적절한 평가와 치료를 통하여 고통을 경감하고 방지함으로써,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에 관계된 문제와 마주친 환자와 가족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접근이다라고 정의하였다.

 

호스피스완화의료(Hospice and Palliative Care)에서 제공하는 주요 돌봄은 다음과 같다. 통증 신체적 돌봄(통증, 호흡곤란, 구토, 복수, 부종, 불면 고통스러운 신체 증상을 조절한다), 심리적 돌봄(환자와 가족의 불안, 우울, 슬픔 등의 심리적 고통을 완화시킨다), 사회적 돌봄(경제적, 사회적인 어려움을 파악하여 가능한 자원을 총동원하여 지원한다), 영적 돌봄(삶의 의미,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에 의한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임종 돌봄(임종 시기의 신체적, 심리적 고통을 완화시키고 가족이 임종을 준비할 있도록 지지한다), 사별가족 돌봄(사별 가족이 겪을 있는 불안, 우울 등의 어려움을 극복할 있도록 돕는다) 등이다.

 

법률안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만든 제정안으로 그동안 입법 공청회를 통해 의료계, 법조계, 종교계, 환자단체, 정부 관련부처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차례 논의하며 조정된 법안이다. 특히 인간의 생명존중을 내세워 존엄사를 반대하는 일부 종교계의 입장도 다소 선회한 것으로 알려져 사회적 합의 속에서 법안이 제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웰다잉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임종을 맞는 환자와 가족에게 호스피스 완화의료 최선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법에는 호스피스제도 각종 완화의료에 대한 법적 근거 등이 함께 담기면서 환자가 사람다운 치료 받으며 죽음 맞이할 있는 방안들도 담겨있다. 시행은 호스피스 제도 보완기간을 감안해 2년의 유예기간을 거친 2018년부터 시행되도록 규정했다.

 

우리나라는 매년 26만여 명이 죽음을 맞이하고 있지만 2%만이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를 이용했을 정도로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과 시설이 매우 열악하다. 이에 매년 환자의 가족들을 포함한 130 이상이 죽음으로 인한 고통과 슬픔을 겪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산하연구소가 세계 40여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죽음의 ()조사에서 한국은 최하위권으로 나타나 죽음을 비참하게 맞이하는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무의미한 연명 의료를 중단할 있는 대상은 회생(回生) 가능성이 없고 질병의 원인을 치료하는 의료 행위에 반응하지 않으며 급속도로 임종(臨終) 단계에 접어든 임종기 환자라는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됐다. 이런 환자들에게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등을 통해 억지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무의미할 있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노인실태조사(2014) 따르면, 우리나라 65 이상 노인 88.9% 연명치료를 반대했다. , 10 9명은 연명 치료를 원하지 않으며, 찬성은 4.9% 불과했다. 그러나 의사들은 연명 치료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어 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의료진과 환자 가족이 갈등을 겪는 사례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매년 5만여 명이 연명치료로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하고 있다.

 

제정안에 따르면 19 이상의 성인이라면 누구나 연명의료 중단 의사를 담은 사전의료의향서(事前醫療意向書) 작성해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등록할 있다. 환자가 의향서를 제출한 기록이 있으면 합법적으로 연명의료를 중단할 있게 된다. , 웰다잉법의 취지는 환자가 의식이 있을 자신의 죽음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라는 것이다. 연명 치료를 중단할 있는 방식 3가지를 아래와 같이 구체적으로 법에 규정되어 있다.

 

첫째, 환자가 의식이 있을 자신은 연명 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명확한 의사를 표시해 두는 것이다. , 환자 본인의 뜻에 따라 담담의사와 함께 연명의료계획서(POLST, Physician Orders for Life-Sustaining Treatment) 사전의료의향서(AD, Advance Directives) 작성해 둔다.

 

둘째, 임종기에 이미 접어들어 환자가 의식이 없을 때는 환자의 의사를 추정해서 연명 의료를 중단할 있게 한다. , 환자의 가족 2 이상이 일치해 환자가 평소 연명 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진술하고 의사 2명이 이를 확인하면 연명 치료를 중단할 있다.

 

셋째, 임종기 환자가 의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어떤 의사를 가졌는지 추정하기도 힘든 경우에는 환자가 미성년자라면 법정 대리인인 친권자가 환자를 대리해 연명 의료 중단 여부를 결정할 있게 했다. 환자가 성인인 경우에는 환자 가족 전원이 합의하고 의사 2인이 동의한 경우에 환자를 대신해 연명 의료 중단을 결정할 있게 했다.

 

법정 대리인이나 가족이 없을 경우에는 의료기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료기관 윤리위원회 가족들을 대신해 만장일치로 임종기 환자를 위한 최선의 조치로 연명 의료 중단 결정을 있도록 했다.

 

법은 연명의료 중단 대상을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를 위시하여 말기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만성 폐쇄성호흡기질환, 만성간질환 그리고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질환자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인 회복의 가능성이 없고 점차 증상이 악화돼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절차와 기준에 따라 담당 의사 1인과 해당 분야의 전문의 1인으로부터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단을 받은 말기환자로 제한했다.

 

연명의료계획서(POLST) 사전의료의향서(AD) 보완해 준다. POLST 중태의 환자가 현재 또는 앞으로 닥칠 상태가 어떠할지 의사와 상의해 함께 작성한다. 이에 의료진이 POLST 보면 어떤 진료를 해야 할지를 수가 있다. 그러나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병원과 요양원, 호스피스 사이의 공조체계가 필요하다.

 

호스피스 의료 대상을 확대하였으므로 호스피스 의료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므로 호스피스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중앙과 권역별 호스피스센터를 지정할 때는 국공립 의료기관을 우선하여 지정하도록 했다. 삶과 죽음의 의미와 가치를 널리 알리고 범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며, 호스피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하여 매년 10 둘째 토요일을 호스피스의 정하고 취지에 부합하는 행사와 교육 홍보를 실시한다.

 

보건복지부장관은 국가호스피스위원회 심의를 거쳐 호스피스 정책의 기본방향, 목표, 지원 등을 포함한 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여야 한다. 호스피스를 위하여 말기환자의 적정한 통증관리 증상 조절을 위한 지침 개발 보급, 호스피스 전문 인력의 양성 등의 사업을 실시하여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호스피스사업에 드는 비용, 호스피스전문기관에 대한 재정적 지원 등에 대하여 예산 또는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른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있다.

 

호스피스(hospice) 제도의 유래는 중세기에 성지 예루살렘으로 가는 성지 순례자나 여행자가 쉬어가던 휴식처라는 의미에서 유래되었다. 그리고 아프거나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하여 장소를 제공하고 필요한 간호를 베풀어 것이 효시가 되었다. 호스피스 운동은 중세의 행려병자나 악성 질환의 말기환자로 몸을 의지할 곳이 없는 사람 등을 수용한 가톨릭(천주교) 1967 영국 런던에 설립된 세인트 크리스토퍼 호스피스로 대표되는 프르테스탄트(개신교) 있다.

 

오늘날에는 이들 영국의 런던에서 시실리 손더스(Cicely Saunders) 창설한 크리스토퍼 호스피스(St. Christopher Hospice) 사상과 실천이 세계 호스피스 운동에 영향을 미쳐서 현대 호스피스 운동의 모태가 되었다. 미국에서는 1968년에 호스피스 가정간호가 시작되었으며, 1981년에 호스피스 법안이 제정되었다. 우리나라는 1965 강릉 갈바리 의원(마리아의 작은 자매회)에서 임종자 간호를 시작한 것이 호스피스의 시초였다.

 

현재 호스피스는 불치(不治)질환의 말기 환자와 가족에게 가능한 편안하고 충만한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총체적인 돌봄의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 죽음을 앞둔 말기환자와 그의 가족을 사랑으로 돌보는 행위로 남은 여생동안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삶의 질을 유지할 있도록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영적인 돌봄을 통해 삶의 마지막 순간을 편안하게 맞이할 있도록 한다. 또한 사별 가족, 특히 배우자가 고통과 슬픔을 극복할 있도록 돕는 총체적인 돌봄(holistic care) 뜻한다.

 

호스피스의 종류에는 독립형, 가정형, 병동형, 산재형 등이 있다. 독립형 호스피스는 가정적 분위기의 독립건물을 지어 호스피스 활동을 하는 것이며, 가정 호스피스는 환자 가정에 전문 봉사자와 의료진이 방문해 돌보는 것을 말한다. 병원 일부 병동 병실을 이용하는 것이 병동형 호스피스이며, 산재형 호스피스는 호스피스 병동이 따로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다른 환자들과 섞여 입원해 있으면서 봉사를 받는 형태다.

 

우리나라는 지난 7 15 말기 호스피스(입원) 건강보험 수가가 도입된 호스피스 전문기관은 64 기관, 1053병상으로 확대됐다. 보건복지부는 호스피스 제도 안정화를 위해 가정 호스피스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가정 호스피스는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이 정기적으로 환자를 방문하고, 24시간 전화 상담이 가능한 형태로 설계중이다.

 

현대인의 관심이 웰빙(Well-being)에서 웰에이징(Well-aging)으로 특화되면서 함께 웰다잉(Well-dying)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웰다잉을 위해서 정부차원의 호스피스 병상 확충이 시급하며, 장애인노숙자빈민 사회소외계층까지 고려한 호스피스 지원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는 인간의 죽음이 존엄한 삶의 마무리가 있도록 관련 제도 추진에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청송건강칼럼(467). 2015.12.15. mypark1939@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