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앞에 나는...
당신 앞에 나는
한 송이 작은 꽃이고 싶습니다.
새싹 물오르는 봄
나른한 날 오후쯤 되면
살포시 문 열고 나온 수습은 향기 되어
하늘 향해 가슴 열어 봄 호흡하는
당신 가슴 깊은 속까지
숨어들 수 있고파서입니다.
당신 앞에 나는
속이 텅 빈 듯 덩치 큰 고목이고 싶습니다.
소낙비 장대 되어 퍼붓는 여름을 거닐다가
피할 길 없어 헤메이는 당신을
당신도 모르오게
내 품에 꼬옥 품어 누구도 볼 수 없게
감싸 안을 수 있고파서입니다.
당신 앞에 나는
한마디 호흡에도 휘청이는 갈대이고 싶습니다.
인생의 황혼에 처절히 버릴 수 없어
가슴을 갈갈이 찢을 때
당신의 휘청이는 손길과 호흡에
함께 흔들거리며
인생을 재채기하고 싶어서입니다.
당신 앞에 나는
말 없는 한 그루 나무이고 싶습니다.
사계를 돌고 돌며 넉넉히 쌓아온 연륜들이
삭풍에 구둘장 차가와 고민할 당신 위해
톱질하는 당신 손마디에 붙잡힌 바 되어
아프단 비명 한마디 없이 쓰러져
속속들이 속마음을
장작 되어 함께 불태우고 싶어서입니다.
정기환 조약돌의 속삭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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