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사적 충성과 은혜와의 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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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마지막 날인 오늘 오후 오해가 아니라 이해를 넘어선 난감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웃집 어른 내외분께서 귀한 선물을 보내오셔서 답례차 인사를 드리러 로스팅한 커피 콩을 사서 아내와 작은 딸과 함께 방문을 했습니다.

 

사랑의 교제와 함께 흔하지 않은 세상의 흐름과 문화에 대하여 깊은 통찰을 지닌 귀중한 이야기를 나눌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화 목사의 이라는 박혜란 목사님이 책에 대하여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없으면 주시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책은 제가 지난 잡지를 통해서 소개 받고는 딸을 기른 목사 아비로서 제가 우리 딸들에게 주었을 상처가 무엇일까 생각하고자,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하다가 결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여 주문을 미룬 책이었습니다. 오늘 이런 자리가 예비되어 그런 일이 발생했구나 하는 생각마저 드는 하나의 사건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웃 어른들께서는 목사의 저자 내외분이 당신들의 오랜 친구라고 말씀을 하시며 선물하셨습니다. 동시에 거의 1 쪽에 달하는 현대 중동의 탄생(데이비드 프롬킨 ) 주시며 마디 덕담을 하시는 것이었습니다.목사님, 책이 너무 두꺼워 밤잠 주무실까 염려 됩니다.

 

목사의 저자는 70대의 은퇴 여성 목사님으로서 신구약 성경을 완벽하게 주석하셨다고 후학들로부터 칭송을 받는 20세기 한국 복음주의 계열의 거목 평양신학교 출신의 박윤선 목사님의 따님입니다. 저자는 자신의 아버지에 대하여 대단히 충격적인 평가와 고백을 합니다. 그것은아버지는 태생적인 신앙적 약점을 지니고 계셨다 시작합니다.

 

보수적인 교회나 칼빈주의 또는 복음주의 성향을 지닌 교회가 갖는 약점이라며아버지를 선두로 신본주의와 성경주의를 주창했고 인본주의를 들러리로 세워 사람이 구원을 받으면 결사적으로 하나님만을 위하여 살아야 한다고 가르쳐왔다.

 

이것은 교회의 양적인 성장을 불러왔고 동시에 목회자들의 권위도 크게 강화시켰다.이어서 이런 고백이 나옵니다.아버지는 하나님의 은혜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셨지만, 정작 은혜를 이웃과 함께 누리는 데는 무감각하셨다.하나님의 은혜 아니라 당신의결사적 노력으로그분만을 위해살았다.

 

역시 단적으로 10여년 혼인 20주년이 되었을 때에 돌아보니 가정과 가족들은 생각하지도 않고 18번씩이나 이사를 했던 일이 스쳐 지나갑니다. 토요일에 혼인을 하고는 주일을 지켜야 한다고 신혼여행도 떠나지 않고 이튿날 주일 설교를 하고, 성탄 준비에 바빠 계획도 없이 떠났던 신혼여행 갔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갑니다.

 

지금까지 혼인 34년이 되었지만 신혼여행 때부터 지금까지 혼인을 기념하여 바다 건너 비행기 한번 탄일이 없으니! 그래도 아내는 웃으며 마디 말없이 지켜보기만 했으니........ 실은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저자의 고백은 이어집니다.아버지는 하나님과의 인간의 관계를 유교의 군신관계로 이해하여 죽기까지충성으로 일관하셨다. 이는 하나님을 근본적으로 오해한 것이다.

 

(나는) 아버지 곁에 있으면 아버지의 일편단심을 감탄하게 되지만, 언제나죽을 죄인 나를 부둥켜안고 나도 불행하고 이웃도 불행하게 만드는 불행한 종교인이 수밖에 없다.그런데 저는 오늘 방문한 이웃 어른 댁에 이런 글이 담긴 부채를 선물하였습니다.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관을 네게 주리라.( 2:10)

부채의 글은 박윤선 목사님과 같은 평양신학교 출신의 순교자 손양원 목사님의 기념관을 지난 가을에 갔다가 그날 저녁 전주에서 사두었던 부채에 써둔 것이었습니다. (다음)...

 

*오늘의 단상*

침묵보다 아름답지 않으면

말을 하지 마십시오.

이주연의 산마루서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