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변화 - ing"

곽홍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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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사람 많은 월요일 출근길의 지하철 안에 서서 작은 책자를 손에 들고 독서 삼매경에 빠져있는 젊은 여인을 보았다. 얼마나 재미있는 책이기에 서있기도 힘든 곳에서 책을 보고 있을까 생각하니 문득 무슨 책인지가 궁금해졌다. 어렵게 한걸음 비집고 다가가서 보니 작은 성경책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말씀에 대한 사랑이 식은 것인가?라는 자책에 마음이 씁쓸해져 있는데 지하철이 갑자기 멈추는 바람에 사람들이 한쪽으로 쏠리게 되었다.

 

옆에 있던 사람이 여인의 몸에 부딪친 모양이었다. 순간 우연히 여인 쪽으로 돌려진 눈에 성경 읽던 여인의 싸늘한 눈빛이 들어왔다. 짜증이 잔득 섞인 여인의 눈빛을 보며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지방에서 가정폭력상담소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같이 일하던 상담선생님과 종교에 관한대화 중에 자신이 예수를 믿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다. 예수 믿는 사람들이 믿는 사람보다 나쁘더라고 하면서 자기 옆집에 사는 부부 이야기를 했다.

 

옆집 부부는 교회에서 집사이고 남편의 형님은 목사가 되기 위해 뒤늦게 신학교를 다닌다고 했다. 그런데 집사님의 행동이 괴팍했던 모양이다. 몰래 남편의 뒤를 쫒기도 하고 이틀 걸러 한번씩 싸움을 하는 여집사님은 이웃들과의 사이에 의부증 환자로 회자되고 있으며, 자신에게도 자기 남편과의 관계를 의심해 뒤를 쫓는 여러모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며 어떻게 자기가 교회에 나가겠느냐고 했다.

 

사람들은 교회를 나가는 순간부터 옛사람은 지나가고 새사람이 되어서 오른뺨을 때리면 왼뺨도 돌려대는 그런 사람이 된다고 생각하는 같다. 그런데 사람의 성격과 습관은 그렇게 순식간에 변하는 것이 아니다. 베드로가 예수님의 제자로서의 삶을 살았지만 베드로도 그리스도인으로 변화되기까지 참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사람의 성격과 행동의 경향성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형성되는데, 출생 이후 겪게 되는 여러 가지 경험들에 보상이 주어지면서 강화된다. , A라는 사건을 최초로 경험했을 우연히 B라는 방법으로 대처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면 사람은 다음에 비슷한 사건을 만나게 되면 B라는 방법을 선택하게 되고 그러한 경험들이 반복되면 사람은 A또는 A 유사한 경험에 대해 자동적으로 B라는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굳어져 버린 성격이나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이 하루아침에 가능할까? 물론, 성령의 체험을 통하여 한순간에 변화되었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런 분들에 대해 사람들의 오해가 있다. 한순간에 변화된 것은 삶의 목표, 가치관이고 이것은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사도바울의 탄식처럼 ..그러므로 내가 법을 깨달았노니 선을 행하기 원하는 나에게 악이 함께 있는 것이로다.....(7:21-25)마음은 성령을 받아 하나님의 법을 지키기로 결단하였지만 동안 살아오면서 굳어진 습관과 생각들은 여전히 그를 세상속으로 끌어가고 있음을 한탄하고 있다.

 

이렇게 예수를 믿는 그리스도인의 변화는 완료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복잡한 지하철에서 성경을 읽을 정도로 예수님에 대한 사랑이 있으면서도 사람의 어쩔 없는 실수를 따뜻하게 보아줄 없었던 여인이나, 상담실에서 도마 위에 올랐던 집사님 부부나, 우리 모두는 변화해 가는 (ing) 것이다. 나는 동료인 상담선생님께 이렇게 말했었다.그래서 그분들에게 예수님이 필요한 아닐까요?라고..... 그리스도인은 변화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변화되어가는 과정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인천지사 kdp092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