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악의 무역굴욕, 마늘 분쟁은 없어야

900 달러 마늘수입 막고, 5 달러 규모의 수출 막혀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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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민족에 있어 밥상에 효자하면 마늘이다. 우리 민족과 인연이 깊은 농작물이다. 그래서 우리의 체취는 마늘 냄새라고 한다. 인도인에게는 카레 냄새가 나고, 서양인은 버터 냄새가 나고, 한국인의 몸에는 마늘 냄새가 난다. 많은 음식에 마늘이 사용된다.

 

당연히 마늘은 우리나라에서 매우 중요한 농작물이다. 거의 쌀만큼 보호를 받는다. 그래서일까요? 마늘은 한국과 중국 사이에 최악의 무역 분쟁을 불렀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아니, 분쟁이라기보다는 굴욕에 가깝다. 우리 경제가 중국의 위력과 무서움을 제대로 인식했던 계기였다.

 

지난 2000 당시 중국산 마늘 가격은 우리나라의 3분의 1 불과했다. 마늘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중국산 통마늘에 대해 300% 넘는 보호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자 마늘 수입업자들이 우회 통로를 찾았다. 중국 현지에 마늘 가공 공장을 세우고 냉동 마늘과 초산조제 마늘을 만들어 수입했다. 물밀듯이 들어오는 중국산 냉동마늘로 인해 마늘 가격이 폭락했다. 농심은 폭발 일보 직전이었다.

 

그때 우리 정부는 그해 6 30%였던 냉동마늘과 초산조제 마늘의 관세를 최고 316%까지 대폭 높였다. '세이프 가드' 발동했던 것이다. 중국 정부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대중 핵심 수출 품목이었던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의 수입을 막아버린 것이다. 900 달러 규모의 마늘 수입을 막았다가 5 달러 규모의 수출길이 막혔다. 엄청난 손실을 가져왔다.

 

나라가 들썩였다. 결국 만에 우리 정부는 들었다. 고율의 관세는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우리나라 마늘 소비량의 5% 해당하는 1 4 톤의 마늘을 해마다 수입해주기로 중국에 약속했다. 우리 경제가 이미 중국에 ''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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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마늘 의무 수입량 1 4 톤은 세계 어느 나라에나 문호가 열려 있다. 매번 공개 입찰을 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전량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마늘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나라가 우리나라와 중국을 제외하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멕시코와 남부 유럽 일대 정도가 있는데 원가나 운송비를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에서의 마늘 수입은 모두 농수산식품유통공사(이하 at 표기) 담당한다. 워낙 이윤이 많은 사업이라 일반 중개업자에게 맡겼다가는 특혜 시비가 있다. at 마늘의 수급 상황, 가격 변동을 보며 적절한 시기와 물량을 정해 의무 수입물량을 공개 입찰해왔다.

 

얼마 마늘을 둘러싸고 한국과 중국 사이에 파열음이 흘러나왔는데 내용인즉 지난해 11 at 그해 마지막 의무 수입물량 3,000톤을 공개 입찰하고 항상 하던 대로 at 홈페이지에 입찰 공고를 냈고 중국 수출업체 15군데가 입찰에 나섰다. 아울러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5 업체가 선정되었다.

 

800톤을 낙찰 받은 업체는 아무 문제없이 국내에 납품했지만, 나머지 4 업체가 납품한 2,200톤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부산항까지 싣고 마늘이 농산물품질관리원의 품질 검사 결과 불합격 처리가 되었다. 계약서에서 요구했던 품질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마늘은 중국으로 반품됐고 산둥성 칭다오항으로 되돌아갔다. 중국 수출업자들과 마늘 농가는 이로 인해 1천만 위안, 우리 18 원의 손해를 봤다면서 현지 언론에 제보되었다. 석연치 않은 품질 검사로 괜한 운송비와 보관비가 들어갔고 출하 지연으로 인한 손해까지 봤다고 주장했다.

 

중국산 마늘 산둥 지역 언론에서 문제를 삼을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는데 며칠 대표적 관영매체인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신문 인터넷 판에 해당 기사가 실린데 이어 급기야 중국 최대 방송사인 CCTV에까지 보도되었다. 긴장하지 않을 없다. 이런 중앙 매체들은 중국 정부와 교감을 갖고 보도에 나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민일보나 신화사의 사설에까지 오르면 사태는 정말 심각해질 있다. 중국 정부의 판단이자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중국 언론들이 같은 관점으로 십자포화를 퍼붓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언론을 빌미로 조치에 나서고 그러면 15 '마늘 분쟁' 사태가 재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 언론들은 문제의 마늘을 at측이 산둥 현지에서 1 검사를 했다고 전했다. 그때는 문제없이 통과시켜 놓고 정작 부산항에 도착한 품질을 놓고 트집을 잡았다는 주장이다. 자신들의 마늘이 현재 중국 현지 시장에는 정상적으로 유통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품질 검사에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우리나라가 마지막 공급 물량을 억지로 반품시켜 사실상 마늘의 의무 수입량을 줄이려는 속셈이 아닌가 의구심을 갖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주중 한국 대사관 담당자와 at측이 부랴부랴 중국 정부 담당자를 만나 우리 측은 이렇게 해명을 했다.

 

"이번 반품 조치는 입찰 공고에 제시한 규정과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 우선 산둥 현지에서 이뤄진 1 검사는 at 지정한 업체가 맡아서 했다. 하지만 정식 검사가 아니라 기본적인 제품 상태와 표시 규정 농산물 수입 규정을 지켰느냐를 대략적으로 확인하는 간이 절차일 뿐이다. 따라서 검사를 통과했다고 품질 합격을 받은 것은 아니다. 계약서에도 이런 내용이 명시돼있다.

 

아울러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모든 농산물은 식물검사소, 식약청, 농본원 등의 검사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는 사실을 입찰 공고에서부터 명확히 하고 있다. 20 넘게 해오던 절차다. 해당 마늘은 우리가 제시한 품질 수준에 미쳤다. 특히 벌레를 막기 위해 하는 처리인 COT, 일산화탄소를 이용한 훈증 소독에서 우리나라가 제시하는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따라서 계약에 따라 반품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다."

 

중국산 마늘은 다행히 우리 측의 이런 주장을 중국 정부는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규정된 절차와 법규에 어긋난 점이 없었던 덕분으로 풀이된다. 중국 담당자는 "중개업자들이 입찰 공고된 내용을 수출업자나 농가에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밝혔다. 다만 입찰 공고의 내용을 앞으로 한국어 아니라 중국어로도 병기해 수출업자와 농가가 직접 파악할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at 이를 수용하고 다음 입찰 공고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중국 언론들도 오늘은 이상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있다. 2 마늘 분쟁은 크게 번지지 않고 봉합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보면서 재확인할 있었던 점이 있다. 우선 마늘은 우리에게나 중국에나 대단히 중요한 농작물이라 양국 모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다. 달리 말하면 언제든지 분쟁의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더욱 근본적인 것은 중국과의 무역 협정은 문구 하나까지 조심해서 명확하게 규정하고 이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점이다. 아차하고 허점을 보여 트집을 잡히면 우리가 꼼짝없이 손해를 수밖에 없다. 앞서 말했듯이 ''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진행 중인 한중 FTA 양허안 세부 문구 확정 작업은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토씨 하나까지 철저하게 따져서 모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서둘러서 완전 타결에는 성과가 있었지만 문제는 두고두고 안심할 없는 불씨는 있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