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벗은 가지에
모두 벗어 버렸습니다
이제사
모든 걸 던져 버렸습니다
붙어 출렁이던 이파리도
한 동안 알알이 영글어
폼 잡고 버티던 열매들도
모두 떼어 버렸습니다
아
이제는 무거운
그 짐들에서 해방되는 것인가
일거리에서 자유함을
열매 지킴이에서
주인으로 버젓이 설 수 있게 된 것인가
복잡스레 달라붙던 버러지
떨구어낸 건 오래지만
마지막 한 잎도 없이
벗어버려진 나목
그 자유함도 잠시여라
설설 불어오는 찬기는
땀 흘려 일하던 몇 날 전의
푸근함을 그리워하게 하누나
죄악을 씻어내듯 내리 쏟는
초동 찬비는 왜 이리도
오그라들게 하는지
생명붙은 가지 가지에
주님은 지난 날 열심히 일한
추억을 기억해 주셔서
사랑의 따스함을 선물하시기 위해
하얀 더욱이 하얀
눈을 입혀 주신다.
정기환 시 秋冬響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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