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우리, 새로운 역사를 써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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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사람들이 써가지만 항상 미완성의 작품이다. 그것은 때로는 원하지 않는 글로 쓸 수밖에 없는 경우들도 있다. 슬프고 부끄러운 기록들이다. 그런 것을 쓰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전혀 없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며, 안타까운 일이다.

 

세월호 참사는 부끄러운 역사 이전에 슬픈 역사이다. 잃을 수 없는, 잃어서는 안 되는 고귀한 생명들에게는 한 없이 미안하고 슬픈 일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가족이 통곡하고, 온 국민들이 슬퍼하고, 대통령도 울었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는 우리나라의 슬픈 역사 중에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만 남겨져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우리의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은 그런 나라가 아니다. 절망의 땅을 드림랜드로 바꾼 민족이 살아가는 나라이다. 황무지에서 경제적 기적을 이룩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유일하게 남을 돕는 나라로 전환된 나라이다.

 

조선말엽 일본인들은 조선에서 쓸 수 있는 것은 인분(人糞)과 호랑이 가죽뿐이라고 할 정도였고, 국권 잃고 식민지 압제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나 했는데, 6.25전쟁이라는 비극적 환경을 만났지만, 이것도 극복한 위대한 나라이다. 그야말로 쓰레기통에서 어찌 장미가 필 수 있겠느냐는 이웃 나라의 비아냥을 보기 좋게 정치적 민주화로 답을 해 주었던 것이 대한민국이다.

 

그러므로 슬픈 세월호 참사도 이제 또 다른 역사로 기록되게 만들어 가자. 슬픔과 절망을 넘어 국가적 이정표를 새로 세우는 희망의 역사를 만들어 가도록 하자.

 

대통령과 정부, 정치권은 국가를 새로 세운다는 절박한 사명으로 부단(不斷)하게 정진해 주기를 바란다. 정치는 정치인들의 의욕과 욕심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민들의 뜻과 신()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행해야 한다. 정치는, 신이 인간이 인간들에게 봉사하고 잘 다스리도록 맡겨주신 소중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종교계는 더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세상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희망을 주고, 삶에 지친 정신과 영혼에 활력소를 공급해야 함에도, 스스로도 부끄러운 모습들에 함몰된 모습이 아니었나 반성할 일이다. 종교계가 그 본연의 모습에서 떠나지 않을 때, 사회 전반의 오류를 바로 잡을 수 있는 동력(動力)이 생긴다.

 

특별히 교회의 교회다워지기를 위해서 주문한다. 성경 마태복음 513절에 보면,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데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고 경계하고 있다. 교회는 고아와 과부의 벗이요, 가난한 자와 이방인의 보금자리가 되어야 한다.

 

교회가 교회다워질 때, 정부는 정부다워지고, 사회는 사회다워지고, ‘세월호 참사를 통해 잃어버린 영혼들의 죽음도 결코 헛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우리의 부끄럽고 슬픈 역사를 희망의 역사로 새롭게 기록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모두는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야 할 당위(當爲)와 함께, 그 역사의 현장에 함께 서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