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수능 기도회, 이대로 좋은가
             한국교회는 무속 기도 삼매경…"기복·편향적 기도에서 벗어나야"

 2011학년도 대학 수학 능력 시험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수험생은 그간 공부한 내용을 총정리하고 학부모는 자녀를 위해 기도를 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때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교회는 수험생과 학부모가 마음껏 기도할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하고 시간도 내준다.

 수능은 이미 한 개인이 아니라 교회 전체가 치루는 시험이 되었다. 한국교회와 기독 학교는 '고3 기도회', '수험생 축복 안수 기도회', '수험생을 위한 특별 새벽 기도회' 등 다양한 이름으로 수능 기도회를 진행 중이다. 100일 또는 40일 전부터 시작한 기도회는 수능 당일인 18일까지 계속된다. 일부 학부모는 수능 당일에 휴가를 내고 전날 밤부터 교회에 모여 시험이 끝나는 오후 6시까지 기도회에 참석할 정도다.

 수능 시험으로 대학 진학의 성패가 갈리고 평생을 따라 다닐 '스펙'이 정해진다고 생각하면 수능이 주는 부담은 엄청나다. 매년 수능 시험이 끝난 뒤 성적을 비관한 학생들이 꽃다운 삶을 마감하는 것도 수능이 인생을 좌우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수능은 수험생과 학부모에게는 절실한 단 한 번의 기회인 동시에 부담인 셈이다. 그러니 요행을 바라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수능을 위한 기도는 대박을 꿈꾸는 기도로 변질되기 마련이다.

 
 기도가 가장 쉬웠어요
 수능 기도회는 교파와 지역을 초월한다. 도심의 대형 교회뿐 아니라 시골 교회에서도 수능 기도회가 열린다. 각 교회에서 진행하는 기도회의 실태는 가지각색이다.

 매주 날짜와 시간을 정해 놓고 '특별 작정 기도회'를 하는 교회를 찾기란 어렵지 않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매년 수능을 앞두고 본당과 기도원에서 '특별 작정 새벽 기도회', '수험생을 위한 학부모 금식 기도 대성회'를 해 왔다. 송파구의 가락성산교회는 수능 100일 전부터 매 10일째가 되는 날마다 기도회를 해 오고 있다. 강동구의 오륜교회, 대전시 중구의 대전중앙교회, 수원순복음교회, 광주 남구의 광주순복음교회도 마찬가지다. 동대문구의 동안교회는 '수험생부'를 따로 두고 수험생을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홈페이지나 주보에 수험생 명단을 게시하면서 긴급 기도를 요청하는 교회도 있다. 8학군의 중심지인 대치동의 동광교회나 부산시 해운대구의 오산교회는 홈페이지에 수험생 이름을 팝업으로 공지하면서 기도를 요청한다. 강남구의 광림교회는 '수험생을 위한 40일 묵상집'을 판매한다.

 수험생만 따로 안수 기도를 하는 교회도 있다. 포항시 남구의 안디옥교회는 대입생?고입생을 대상으로 목회자와 교회 제직들이 안수 기도를 한다. 관악구의 왕성교회는 14일 오후 예배 후에 '수험생 축복 안수 기도회'를 할 예정이다. 대방동의 성남고등학교나 서초동의 서울고등학교, 청운동의 경복고등학교, 송천동의 영훈고등학교 등 이른바 명문 고등학교의 기독 동문회는 '고3 기도회'를 열고 동문회 임원들이 수험생에게 안수 기도를 해 왔다.

 수험생아, 소원을 말해봐
 모든 사안을 놓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는 일은 그리스도인의 모범적 기도 생활이다. 하물며 인생에 있어서 중대한 시험을 두고 수험생과 학부모, 모든 교인이 함께 기도하는 것은 당연하다. 공부에 매달린 자녀들을 위해 무언가라도 해야 안정이 되는 학부모의 심정은 또 누가 알까. 자녀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의 표현은 기도가 아니던가.

 하지만 한국교회에서 수험생은 학생부 예배나 수련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열외'를 인정받는다. 대예배만 참석해도 믿음이 좋다고 한다. 주일 아침이면 아이들은 학원으로 몰린다. 이런 가운데 수능이 코앞에 닥쳤다고 기도에 몰입하면 쑥스럽지 않을까?

 수험생의 기도 제목을 살펴보자. 동대문구에 위치한 ㅊ교회 고등부 학생들은 '언어·수리·외국어 영역에서 실수하지 않도록', '사탐 마무리 잘 할 수 있도록', '원하는 학교에 합격해서 부모님께 기쁨을 드리는 아들이 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뜻하신 대학에 갈 수 있도록' 기도한다. 그 외에 '잠을 잘 자지 못해도 정신은 늘 깨어 있도록', '감기 걸리지 않고 몸 건강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수능 당일까지 컨디션 조절을 바라는 기도도 빠지지 않는다.

 고등학교도 시험을 보고 진학하는 비평준화 지역인 안양시 만안구에 위치한 ㅇ교회 학생들은 '연세대 or 고려대', '항공과', '미술학과' 등 희망 대학과 학과를 적시하고 기도한다. 물론 '시험을 잘 볼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기도도 빠지지 않는다.

 수험생의 기도 제목과 내용을 보면 그들의 간절한 마음이 잘 나타난다. 하지만 수능 기도회가 성경적 기도의 원리에 벗어나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수능 시험 자체가 상대적·경쟁적 구도에서 이뤄지는 테스트인 만큼 좋은 점수를 받고 좋은 대학에 가게 해 달라는 기도는 결국 남을 이기게 해 달라고 비는 셈이다.

 사실 성경 어디에도 '성적'과 '입신양명'을 위해 기도하라는 얘기는 없다. 그러니 자기 자녀가 시험을 잘 치루게 해 달라고, 좋은 대학에 가서 경쟁의 대열에서 낙오하지 않게 해 달라고 '하나님의 빽'을 이용해 비는 수능 기도회는 기복 신앙의 전형일 수 있다. 결국 수능 기도회는 한국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혈연·지연의 자화상으로도 나타난다.

 수능 기도회, 성경적 기도 원리에 충실해야
 좋은교사운동·직장사역연구소·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가 모인 '입시·사교육 바로 세우기 기독교운동(입사기)'은 수능 기도회의 편향성을 지적하면서 학부모와 수험생의 의식을 변혁하는 운동을 해 오고 있다.


   ▲ 입시·사교육 바로 세우기 기독교운동의 '수능 기도회 이렇게 바꾸자' 기자 회견
 
지난 10월 22일에 열린 '수능 기도회 이렇게 바꾸자' 기자 회견에서 박상진 교수(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소장·장로회신학대학교)는 "대부분 수능 기도회는 성경적인 기도의 원리를 벗어나 자기 자녀만을 위해 기도하는 이기적이고 기복적인 기도"라고 지적했다. 현재 고3 자녀를 두고 있는 정병오 대표(좋은교사운동)는 "수능 기도회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지만, 정말로 자녀를 위해 기도한다면, 전체 교육 문제와 사회 문제를 놓고도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선기 목사(직장사역연구소 소장)는 수능 기도회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기도회가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안양중앙교회(김양수 목사)도 수험생을 위해 '가을 특별 새벽 기도회'를 지난 10월 18일부터 시작했다. 매일 학생들의 기도 제목을 소개하면서 집중적으로 기도를 해 왔다. 학부모와 수험생을 비롯해 평균 7~80명의 교인들이 참여한다. 김양수 목사는 "수험생의 노력만으로 수능을 치루는 것은 아니기에 하나님의 도움을 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알라딘의 요술 램프처럼 애걸복걸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 김 목사는 "수능이 인생의 끝은 아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하나님나라를 위한 기도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고삼인호(高三人呼)? 고삼인야(高三人也)!
 실용음악과 진학을 준비 중인 진해연 학생(20)은 새벽 기도회에 참석, 반주를 해 왔다. 공부하기 바쁜데도 꾸준히 교회에 봉사하며 기도를 한 것이다. 사실 진해연 학생은 작년 입시에서 한 번 실패를 경험했다. 그런데도 진해연 학생은 "건반 공부를 늦게 시작했기에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이를 두고 기도하고 있는 만큼 현재 심정은 담담하다"고 했다. 작년 입시에 실패했을 때 남들은 다 끝이라고 했지만, 진해연 학생은 개의치 않고 지금의 자리에서 기도와 공부 모두에 충실하고 있다.


                    ▲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을 위로하는 모임도 있다.
 
 먹고 자고 공부만 하는 수험생들은 사람이 아니라 공부하는 기계로 취급받는다. "고3은 사람이 아니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등장한 배경이다. 하지만 '기계'를 위해서 기도할 수는 없다. 수험생들을 하나님의 사람으로 여기고, 참된 신앙으로 양육하고 그 유산을 물려준다면 한국교회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합격은 복이고 불합격은 은혜'란 말이 있다. 코앞으로 다가온 수능 시험을 두고 수험생과 학부모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우리는 어떤 기도를 해야 할까.

 입사기가 제안한 수능 기도문
'입시·사교육 바로 세우기 기독교운동(입사기)'는 올해에는 수능 기도회 문제를 제기하고 자정을 시도하는 차원에 그쳤으나, 내년에는 대안까지 제시하는 연속 기획을 준비 중이다. 입사기 홈페이지(www.ipsagi.org)에서 기도문과 설교문 등의 자료집을 무료로 볼 수 있다. 입사기 측은 각 가정과 교회가 사정에 맞게 자료집을 활용할 것을 권장했다.

 △ 과도하고 획일적인 입시 경쟁으로 인해 심신이 지친 우리 아이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그들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만져 주소서. - 하나님나라를 위한 기도 중에서 '긍휼을 구하는 기도'

 △ 교회 내에서조차 학벌과 사회적 지위에 의한 세상적 가치관이 지배하고 있는 부분을 회개하고 고쳐 나가게 하소서. - 하나님나라를 위한 기도 중에서 '교회를 위한 기도'

 △ 기독 교사 운동이 영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교사들을 길러내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교직 사회를 만들어 가는 교육 실천 운동이 되어, 한국 교육 변화의 희망이 되게 하소서. - 하나님나라를 위한 기도 중에서 '기독교적 교육 운동을 위한 기도'

 △ 정직한 마음을 허락하시고 요행과 우연의 유혹에서 벗어나게 하소서. - 자녀를 위한 기도 중에서 '평안을 구하는 기도'

 △ 시험과 입학의 모든 과정 가운데서 하나님을 더 알아 가게 하시고 대학 입학 이후에도 함께하실 하나님을 더 기대할 수 있게 하소서. - 자녀를 위한 기도 중에서 '소망의 기도'

                                         
                                                             자료 뉴스앤조이 이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