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들 속으로 들어간다

나는,

그들 속으로 들어간다

인육의 냄새 자욱한 도심, 속된 인연 버리고

또 다른 속세를 향해

꺾여져 상처받은 것들 속으로 들어간다

조용히 죽음 기다리는 도살장의 가축들과

거미줄에 걸려 퍼덕이는 나비와

그리움에 사슴처럼 목이 늘어진 산지기 집 소녀

떠나간 자식을 기다리다

눈물에 젖어 짓무른 노인의 침침한 눈과

지렁이처럼 반도막으로 잘려진 몸뚱이 끌고

시장바닥을 배로 기어가는 앵벌이 청년과

석양 언덕에 쓸쓸히 서 있는 포플러의 긴 그림자

밤새 쏟아지는 여름 장마 빗소리와

버려진 채 해 묵은 구석방에

먼지 수북이 쌓여 잠들어 있는

그 날의 우리들 아픈 기억

이런 숙명적인 슬픔 껴안으려

그들 속으로 나는 간다

파멸할지언정 절망하지 않는

시지프스의 땀에 젖은 노동과

신음하며 독수리에 쪼아 먹히는 프로메테우스의 간과

닳아버린 몽당연필과 함께

소멸된 우리들 젊은 날의 사랑

기울어져 가는 고향집 기둥과

수많은 발자국이 밴 댓돌

파랗게 이끼 돋은 기와지붕과

상처투성이의 문지방과 잠긴 문고리의 침묵

그 때, 버리고 떠나와 오래토록 멈추어 버린 벽시계에

태엽을 감으러 간다

행여, 텅 빈 환멸의 확인이거나

내 희망에 대한 배신의 톱질일망정

나는, 다시

그들 속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