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4월이 오면

박 영남(본지 상임이사) 

 

떠나간 친구여,

봄은 그냥 오는 게 아닌가보다

 

네가 떠난 후

엄동을 죽음 같은 상처 하나로 버텨온

수많은 날들

그늘진 응달에 숨어

죽어 없는 듯

낮게 누워 생살보다 아픈 세월을 먹고

 

꽃들은,

저렇게 피를 토해 내는거다

사람들은 꽃을 화사하다고 말하지만

화사함이 아니라 상처요

웃고 있는 게 아니라

아프게 흐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봄은

발밑에 수많은 이웃의 주검을 딛고

눈물같은 비를 뿌리며

꽃샘바람 몰고 오는 것이다

 

하여,

이 땅에도

역사의 봄이 오고 있는가

살아남은 자여, 두 눈 부릅뜨고

쿵쿵거리는 가슴으로

 

아프게 봄을 맞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