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뛰어난 학자, 문학가, 그리고 인류 평화에 몸바친 아름다운 사람들에게 노벨상을 수여하는 스웨덴 정부가 올해부터는 새롭게 세계아동상을 제정했다. 이른바 ‘어린이 노벨상’이라 불리는 이 상은 세계 각국에서 선발된 15명의 어린이들로 이뤄진 선정위원회가 수상자들을 결정한다.

그 첫 수상자로 나치의 유태인 수용소 생활을 일기로 남긴 안네 프랑크와 함께 파키스탄의 이크발 마시가 선정됐다. 그는 아주 어렸을 때 양탄자 공장에 끌려가 노예처럼 일만 하다 1995년 겨우 열두 살 나이에 이 세상을 떠난 어린이다. 자신처럼 양탄자 공장에서 강제노역을 당하는 많은 아이들의 권익을 위해 노동운동을 벌이다 처참하게 살해되고 말았다.

10여년 전 어느 미국 TV 시사프로그램에서 관상용 열대어를 잡는 필리핀 아이들을 본 적이 있다. 세계 각국으로 수출하기 위해 필리핀 근해에서 열대어를 잡는 상인들의 뱃전으로부터 기껏해야 일곱여덟 밖에 안돼 보이는 아이들이 허리에 밧줄을 묶은 채 바닷물로 뛰어들고 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의 몸을 묶고 있는 밧줄의 또 다른 끝에는 무거운 추가 하나씩 달려 있었다. 산소호흡기도 없이 잠수해야 하는 까닭에 빨리 물밑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돕는 기능도 있겠지만, 사실 그 추는 고기를 충분히 잡기 전에는 올라올 수 없도록 매달아놓은 잔인한 족쇄였다. 몇 시간씩 계속되는 작업에 지칠 대로 지친 아이들이 숨을 유지하지 못해 죽어나가는 일이 허다하다는 기자의 말에 눈물이 왈칵 치받았다.

자연계의 모든 동물들중 미성년자를 작업장에 몰아넣는 짐승은 우리 인간하고 베짜기개미 밖에 없는 것 같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열대지방 나무 꼭대기에 집을 짓고 사는 베짜기개미들은 애벌레들을 마치 베틀 북처럼 사용하여 집을 짓는다.

우선 여러 마리의 일개미들이 협동하여 주변의 나뭇잎들을 가까이 끌어당긴 다음, 몸집이 큰 일개미들이 애벌레들을 입에 물고 두 나뭇잎 가장자리로 고개를 번갈아 움직인다. 일개미의 큰 턱에 허리를 묶인 애벌레들은 끈끈한 명주실을 분비하여 나뭇잎들을 엮는다.

그들은 이렇게 여러 나뭇잎들을 엮어 어른의 주먹 크기에서 머리통 크기 만한 방들을 만든다. 애벌레들이 분비하는 명주실은 원래 그들이 번데기로 변하며 들어앉을 고치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물질이다. 따라서 작업장에 차출된 애벌레들은 결국 자신의 몸을 감쌀 수 없게 된다.

또 한번 어린이날이 돌아왔다. 해마다 이날이면 ‘1년에 하루만 어린이들을 생각하자’는 식으로 온갖 놀이공원들이 갑자기 북새통을 이룬다. 삶의 결실이자 국가의 장래인 어린이들이 너무도 대접받지 못하는 사회가 한스러워 소파 방정환 선생께서 제정한 날이지만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기념일이다. 왜냐하면 365일 모두가 어린이 날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2001년 7월부터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선진국형 아동복지법이다. 아무리 자기 자식이라도 육체적 또는 정신적 학대를 할 수 없게 된다. 베짜기 개미 사회는 그래도 우리보다 낫다. 그들은 사회를 위해 봉사한 아이들을 내팽개치지 않는다.

명주실 공장에서 일한 애벌레들은 자신들의 분비물로 만든 집 속에서 고치를 틀지 않고서도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사회보장제도가 갖춰져 있다. 아마도 그들의 역사에는 우리보다 훨씬 먼저 <올리버 트위스트>의 작가 찰스 디킨스나 페스탈로치 같은 이들이 있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