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그룹사운드 멤버, 1940년대 최고의 만능엔터네이너 윤부길의 장남, 7080세대의 히트곡 작곡가, 가수 윤복희의 오빠.

 윤항기 목사(69)를 수식하는 여러 말들 중 하나다. 하지만 이제 그에게는 ‘노래하는 목사 윤항기’가 가장 편안하다. 화려한 스타의 삶을 추억 한 켠에 담아 둔 채, 노래로 사람들을 위로하고 복음을 전하는 윤 목사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고백한다. 올해로 노래 인생 50년, 목회 사역 20주년을 맞는 윤항기 목사가 어린 시절 청계천 거지에서 스타가 되기까지, 그 이후 모든 인기와 명예를 뒤로하고 목회자의 길을 걷기까지의 인생 역정을 풀어냈다. ‘노래하는 목사 윤항기의 여러분’(성안당)을 출간한 것.

 최고의 인기 가수 안에 담긴 아버지에 대한 ‘미움’, 목사 돼서야 ‘용서’
 가수 윤항기는 최고였다. 그룹사운드 키보이스의 히트곡 ‘해변으로 가요’는 여름마다 리메이크 되는 명곡이다. 키보이스 이후 키브라더스 활동도 70년대 말 고고음악의 히트를 주도해 나갔다. 그룹의 인기를 이어 솔로로 데뷔한 후에도 그는 ‘나는 어떡하라고’, ‘외로운 해바라기’, ‘장미빛 스카프’, ‘가는 세월’, ‘너무합니다’ 등의 히트곡을 이어가며 승승장구했다.

가수로서의 화려한 성공은 청소년기에 부모를 여의고 힘겹게 홀로서기를 해야 했던 그에게 큰 보상이었다. 그 시절은 그에게 찬란한 빛과도 같았다. 하지만 윤 목사는 “반짝이는 별빛에 취해 그 이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줄 몰랐다”고 회상했다. 남들은 최고의 모습만을 보고 부러워하지만, 어린 시절 불행했던 가족사는 그를 옭아매고 있었다. 
 
 예술가였던 아버지는 마약 중독이었다. 무용가였던 어머니는 돈을 벌기 위해 유랑극단과 계약을 맺었고 무대에서 심장마비로 객사했다. 아버지마저 마약 중독 요양을 하다 세상을 떠나자 그의 마음에는 아버지에 대한 원한과 증오가 단단히 자리 잡았다.

 그는 늘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었지만, 가수 생활을 하는 동안 그는 점점 아버지를 닮아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겉만 화려했지 방탕함으로 인생과 재능을 망친 아버지의 모습 그대로였다. 신학공부를 하는 중에도 아버지에 대한 미움은 드러나지 않았을 뿐, 여전히 견고한 성처럼 버티고 있었다.‘용서’는 목회자가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었다.

 윤 목사는“오랜 시절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하고 미워했다”며“사실 죽어서도 용서를 못한다고까지 생각했었는데, 목사안수 받을 때야 비로소 용서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아버지도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목사가 되어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겠는가’라는 하나님의 세미한 소리가 결국 그를 무릎 꿇게 한 것이다.

 10년간 로만 칼라 입으며 목사 정체성 지켜
 아버지를 용서하면서 비로소 윤항기 목사는 가수에서 목사로 완전한 전환을 하게 됐다. 윤 목사는 1992년 한국기독음악신학원 학장으로 예음교회 목사로 사역을 시작했다.‘음악목사’로 목회를 시작한 것.‘음악목사’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이었다. 윤 목사는“30년 간 음악을 해 오던 사람으로 음악은 이미 나에게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라며 “20년 전만 해도 보수적인 교회에서는 복음성가조차 인정하지 않던 시기에 제가 거의 최초로 음악목사가 됐으니 하나님의 예비하심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목회를 시작하면서 연예인이었던 과거 이미지를 씻고자 철저하게 행동을 조심했다. 그 자신조차‘가수 윤항기’에서‘목사 윤항기’로의 정체성을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윤 목사는“목사 안수 받은 후 10년 동안 로만 칼라를 벗지 않았다”며“나 자신과 사람들의 머릿속에‘목사 윤항기’를 각인시키기 위해서 속으로‘나는 목사다’라고 얼마나 되뇌었는지 모른다”고 회상했다.

 “노래하는 목사로 20년, 내게는 너무 소중한 시간”
 사역을 시작한지 올해로 20년. 그는“노래하는 목사로 살아온 지난 20년은 내게 더 없이 귀하고 소중하다”며“주님의 사랑과 복음을 전하며 나는 정말 행복했다”고 고백한다.

 그는 오는 가을, 가수 데뷔 50주년을 기념해 동생 윤복희와 함께 콘서트를 기획하고 있다. 당초 이달 30일이었지만 최근 천안함 사태를 추모하기 위해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면서 일정을 미뤘다.

 윤항기 목사는“언제 세월이 갔는지 모르게 벌써 가수 데뷔도 50년이 됐다”며 “동생과 함께 50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를 하게 됐는데 감회가 새롭다”고 밝혔다.
 
자신의 저서‘노래하는 목사 윤항기의 여러분’에 대해 그는“지난 날 너무 많은 고생을 했고 그런 과정들을 이번 책에 다 담았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연령을 떠나 이 책을 통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하나님을 의지하고 믿을 때 이렇게 노후를 아름답게 해 주시는 것을 확신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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