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조사에서 "10 등급" 받아 ...박준영 전남지사 "절차 밟으면"

'지리산 기독교 선교 유적' 문화재 지정에 대한 한국 교계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제휴사 뉴스파워가 단독으로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전라남도(도지사 박준영)는 지난 달 27일 구례군수(문화관광과장)를 수신자로 하여 전라남도 기독교총연합회(회장 정용환 목사, 사무총장 류인구)가 건의한 '지리산 기독교 선교사 유적지 문화재 지정 건의에 대한 회신 내용 통보' 공문을 통해 "문화재 지정신청은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소재지 시장군수가 신청서를 제출하도록 되었고, 지정신청서가 제출되면 도의 검토를 거쳐 관계 전문가의 조사를 실시한 후에도 문화재위원회 검토를 거쳐 그 결과에 따라 처리하게 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귀 회에서 건의한 문화재 지정신청은 문화재보호법에 규정된 지정신청 절차를 거쳐야만 됨을 알려드린다."고 밝히고 "다만, 구례군 산동면 노고단 예배당(터)은 건물의 일부만 남아 있어 문화재로 지정이 부결된 바 있으며, 구례군 토지면 왕시루봉 수양관(12동)은 건립연대가 늦어 문화재 지정 검토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전남도는 또 "도에서 지정하는 지방문화재보다 한 등급 아래인 등록문화재(지정권자: 문화재청장)와 관련하여 문화재청에서 노고단 예배당 건물터(왕시루봉 수양관)를 검토한 바, 등록문화재 신청대상이 아니라는 결과가 통보되어 왔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이 근대문화유산 종교건축물의 체계적 조사·연구를 통해 보존 기반을 확충하고, 문화재 등록 시 문화재적 가치판단 기초 자료로 활용하고자 「근대문화유산 종교건축물 일제조사보고서」를 발간한 자료에 의하면 '지리산 기독교 선교유적'은 10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이 정한 문화재적 가치평가에 따르면 '등록문화재 등록검토 대상'은 종합 점수 12점 이상이 되어야 한다. 또 '등록문화재 등록추진 대상'이 되려면 종합점수 13.5점 이상이 되어야 한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의 담당자는 23일 뉴스파워와 전화통화에서 “문화재청이 종교건축물 일제 조사를 실시해 역사성, 예술성, 건립 연대, 보존 상태, 학술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등급을 매겼다.”고 밝혔다. 이 담당자는 “10점은 전혀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하고 “현재는 10등급을 받았을지라도 세월이 지난 뒤에는 등급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이 조사는 조달청을 거쳐 용역을 받은 (종교건축물 관련) 전문기관이 조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문화재청의 조사 결과는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일 뿐”이라고 밝혔다.

문화재청이‘지리산 기독교 선교 유적’의 조사 결과에 첨부한 ‘참고사항 및 가치의견’에 따르면 "1920년대 남부지역에서 활동했던 선교사들의 교육, 단합, 수양, 풍토병 극복을 위해 건립되었던 수양관의 흔적으로서 '선교사들의 별장'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그들의 선교 열정과 활동상이 배어있는 장소로서 교회사적 가치가 높으며, 당시 미국 남장로회의 활동지역에서 나타나는 서양식 석조건축의 수법이 잘 드러나 있어 건축적 가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립공원 지리산 노고단의 경관 및 자연보호와 역사적 흔적이 보존이 조화되도록 복원보다는 현 상태로 보존이 바람직하며 그 어떠한 시설도 추가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하고 "한국 전쟁사와 폐허유적으로서 경관적 가치도 지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왕시루봉 선교시설은 조사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의 관계자는“참고사항 및 가치 의견‘는 조사자 개인의 입장이 아니라, 연구원과 전문위원 전체의 입장을 정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리산 기독교 선교유적‘ 조사자는 김란기 박사로 되어 있으며, 조사 일자는 2009년 1월 17일로 되어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에 따르면 저명한 기독교 역사학자도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지리산 기독교 선교유적 보존과 복원을 위한 문화재 지정을 추진해 온 한국 교계는 고 김준곤 목사가 서울대 이장무 총장을 만나 협력을 요청했고, 문화재 지정에 필요한 학술 연구를 위해 사단법인 기독교선교유적보존연합회와 함께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또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세계성시화운동본부, 예장통합교단 등 교계가 지리산 선교 유적 보존을 위해 힘을 보탰다. 전라남도 기독교총연합회도 2009년 9월 1일 임원회에서 지리산 선교 유적을 문화재로 지정되게 하기 위해 광주전남 4600교회가 적극 동참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한편 박준영 전라남도지사는 지난 13일 오후 지사 공관에서 전용태 장로(세계성시화운동본부 총재), 김정 목사(목포성시화운동본부 본부장), 김철영 목사(세계성시화운동본부 사무총장), 박영종 장로(광주전남성시화운동본부 사무총장), 김상열 장로(목포 홀리클럽 직전 회장)와 만난 자리에서 "기독교계가 구례군청과 구례 화엄사 관계자 등을 만나 협력을 요청하는 선행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서울대, 국립공원관리공단, 구례군, 불교계 등과 협의를 거쳐 공식적으로 문화재 지정을 신청할 경우에는 허락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박 지사 측은 지리산 선교 유적 문화재 지정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교계 일부에서 박 지사가 불교 신자라서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문화재 지정에 있어서 종교편향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남도 문화재 담당 관계자는 "문화재 지정이 부결됐기 때문에 재지정을 받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지리산 선교 유적이 문화재 지정을 받아내기까지는 한국 교회의 적극적인 성원과 관심이 요구된다.

지리산 선교 유적의 문화재 지정을 추진하는 한 실무자는 "현재 이들 단체와 대화를 통해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리산 선교 유적은 1922년 미국 남장로회 한국 선교부가 조선 총독부와 도쿄 국제대학과 교섭, 묵인하에 노고단에 천막 7동과 원목집 6동을 건립했고, 1923년 전남도지사가 여름 지리산 캠프를 허락하면서 선교사 수련회와 성경번역, 풍토병과 괴질을 피해 휴양을 하는 수양관으로 활용됐다.

1925년에는 도쿄제국대학이 연습림으로 관리했고, 총독부의 승인을 얻어 10년간 약 10만평을 임대해 사용했다. 1928년 돌집 18채, 강당(예배당)건립, 1931년 건축물 32동(강당, 숙박시설, 자가발전시설, 농구, 배구, 테니스 등 운동시설, 수영장, 상점, 진료실, 창고, 목공소 등)이 완공됐다.

지리산 선교유적은 1935년 임대기간이 만료됐고, 1940년 선교사 귀국 및 56개동의 수양관이 폐쇄됐다. 특히 1948년부터 1953년까지 한국 전쟁으로 건물이 훼손됐다. 왕시루봉 선교사 건물은 1960년대 건축됐다. 현재 국유지로 되어 있고, 관리자는 서울대학교로 되어 있다.

예레미야서를 제외한 신구약 성경 번역이 이루어졌고, 풍토병과 괴질을 피해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들이 이곳에서 휴양을 했던 지리산 노고단 선교유적 그리고 1960년대 초 건립 돼 선교사 후손들이 사용했던 왕시루봉 선교 건축물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보존과 복원이 이루어지기를 한국 교회는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제휴사 뉴스파워 김철영